복간 두 번째 호는 첫 호보다 분량이 조금 늘었다. 늘어난 양만큼 읽을 거리도 많아졌기를 바란다. 이번에는 ‘작가와 작품’에 실린 네 편이 모두 외부 필자의 글이다. 원고료를 제대로 못 드리는 사정임에도 부탁에 흔쾌히 응해주신 필자들께 고마움을 전한다. 또한 바쁜 일정 속에서 ‘좌담’에 참석하여 좋은 말씀 나눠주신 네 분 연주자들께도 깊이 감사드린다. ‘흐름과 진단’에는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는 세 분의 목소리와 편집위원의 시평이 실렸다. 이분들의 고민 속에서 우리 음악계의 현재 모습을 반추해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창작의 현장’은 국악과 지역 및 작곡계 내외를 최대한 아우르고자 했다. 앞으로는 다양한 영역의 의미 있는 작업을 놓치지 않고 담아내기 위해 애쓸 것이다.
2016년의 마지막 두서너 달은 한국 사회가 엄청난 격동에 휩싸인 시기였다.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드는 일이 끊임없이 터져 나오고 상식을 벗어난 일들이 어떤 부끄러움도 없이 자행되는 모습을 지켜보며 많은 사람들이 수치심과 절망감에 깊은 상처를 입었다. 오랜 적폐가 그 추악한 민낯을 드러내자, 부끄러운 과거를 청산하고 새로운 역사를 세우기 위해 수많은 시민들이 거리에서 촛불을 밝혔다. 한국의 음악계 역시 그 적폐에서 자유롭지는 않을 것이다. 관습과 타성에 젖어 잘못된 문화에 눈감고 길들여진 건 아닌지 우리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윤이상 100주년이 되는 해에 그의 이름을 내건 국제음악콩쿠르가 정부와 지자체의 예산 전액 삭감으로 존폐 위기에 처하는 것이 우리의 암담한 문화 현실이지만, 예술가들의 자유로운 상상력을 억압하는 기제들은 사실 우리 사회 도처에 널려 있다. 심지어 우리들 각자의 내면에도. 창작자들의 예민한 감각과 의식은 그 지점까지 가 닿아야 하는 것 아닐까.
2017년 2월
편집위원 이희경
편집후기 『오늘의 작곡가 오늘의 작품 10』 (2017), 1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