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음악의 즐거움 – 서울시향 ‘아르스 노바’ 10년의 기록
이희경 엮음 | 예솔 | 2017년 06월 08일
목차
엮은이의 말 – 이희경
아르스 노바 10주년을 축하하며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이사 – 최흥식
켄트 나가노ㆍ구스타보 두다멜ㆍ데이비드 웰턴ㆍ제임스 윌리엄스의 헌사
1부 아르스 노바를 만든 사람들
1. 상임작곡가의 포부와 비전 – 진은숙
2. 초청지휘자들과 작곡가들의 전언 – 스테판 애즈버리ㆍ파스칼 로페ㆍ롤란트 클루티히ㆍ요하네스 쇨호른ㆍ파스칼 뒤사팽ㆍ크와메 라이언ㆍ페테르 외트뵈시ㆍ페터 히르쉬ㆍ티에리 피셔ㆍ피에르-앙드레 발라드ㆍ요르크 횔러ㆍ이반 페델레
3. 한국 연주자들과 작곡가들의 경험담 – 최희연ㆍ서예리ㆍ최수열ㆍ김선욱ㆍ임종우ㆍ김희라
4. 마스터클래스 젊은 작곡가들의 성장기 – 김택수ㆍ박정규ㆍ배동진ㆍ신동훈
5. 단원들의 목소리 – 웨인 린ㆍ최해성ㆍ진영규ㆍ임상우ㆍ미샤 에마노브스키ㆍ에드워드 최
6. 사무국의 뒷이야기 – 백수현ㆍ김보람
2부 아르스 노바 10년의 의미
1. 새로운 예술과 새로움의 예술 – 하바쿡 트라버
2. 누가 현대음악을 두려워하는가? 아르스 노바 프로그램의 숨겨진 의미 – 마리스 고토니
3. 아르스 노바, 선구적인 현대음악 시리즈의 10주년 – 아이반 휴잇
4. 현대음악의 도전, 과거와 미래가 아닌 현재를 위하여 – 알렉스 로스
5. 아르스 노바, 21세기 한국 음악계를 새롭게 디자인하다 – 이희경
3부 현장의 기록들
1. 공연 프로그램
2. 위촉 작품과 초청작곡가
3. 마스터클래스와 공개강좌
4. 부대 행사
5. 공연 리뷰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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엮은이의 말
서울시립교향악단의 현대음악 시리즈 ‘아르스 노바’를 시작부터 지금까지 가까이서 경험할 수 있었던 건 20세기와 21세기 음악 연구자인 내게 큰 즐거움이자 동시에 책임감이기도 했다. 잠시 서울에 머물던 진은숙이 정명훈 지휘자의 연락을 받고 갑작스런 첫 만남을 갖던 날, 공교롭게도 나는 그녀와 함께 있었다. 본격적인 일의 시작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며 알 수 없는 흥분과 기대로 가득 찼던 기억이 생생하다. 얼마 후 독일에서 걸려온 전화 수화기 너머로 하바쿡 트라버가 프로그램 해설을 쓰기로 했으니 한국어 번역을 맡아 달라는 얘기를 듣고 흔쾌히 그러겠다 했던 것은, 베를린 유학 시절 접한 음악회에서 유독 트라버의 이름이 내게 뚜렷이 남아있었기 때문이었다. 1999년 베를린 음악 축제의 말러 전곡 연주회를 위해 그가 쓴 프로그램 책자는 아직도 소장할 만큼 인상적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아르스 노바는 어느새 내 음악 활동의 일부가 되어버렸다. 음악회 예매가 시작되면 가장 먼저 표를 끊어놓고 설레는 마음으로 원고를 기다렸다. 트라버의 해설은 쉽게 읽히는 글은 아니었지만 프로그램에 포함된 곡들을 엮어내는 그의 통찰력과 혜안은 놀랄 정도였다. 학기 초가 되면 갖가지 일로 정신없는 와중에 번역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스케줄을 미리 조정해야만 했다. 이제 70대가 된 노학자는 여전히 매 순간 훌륭한 글을 보내오지만, 예정된 마감을 놓치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한갓 프로그램 책자 번역을 맡은 나조차 이럴진대, 지난 11년간 이 음악회 시리즈를 만들어 간 사람들의 노고는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아르스 노바 시리즈를 역사적으로 기록하고 그 의미를 짚어보는 일은 한국 현대음악의 흐름을 학문적으로 정리하려는 연구자에게 흥미로운 과제가 아닐 수 없다. 2011년 아르스 노바 6년의 성과를 점검하는 논문을 썼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동시대의 음악 현장을 생생하게 목격한 음악학자로서 10년 이상 지속된 이 시리즈가 21세기 한국 사회와 문화예술계에 어떤 흔적을 남겨놓았는지 현재 관점에서 정리하는 일은 꼭 필요한 작업이 아닐까. 역사적 판단이야 후세의 몫이지만, 당대의 모습이 제대로 남겨지지 않는다면 그 성과나 한계조차 사회적 자산으로 축적되지 못할 것이니 말이다.
사실 이 책은 아르스 노바 10주년을 맞아 출간될 계획이었으나 조금 늦어져서 11년을 기록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어느새 흘러버린 시간 속에 그 작업에 참여했던 모두가 변화를 겪었으리라 생각한다. 내게는 21세기 음악의 흐름을 최상의 연주로 한국에서 접하며 현대음악에 대한 시야와 안목을 넓힌 기회였고, 한국 창작음악의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해서도 새롭게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11년 간 220곡의 현대곡을 소화한 단원들에게도 분명 적잖은 변화가 있었을 것이고, 작곡가를 꿈꾸던 초등학생이 아르스 노바 음악회와 마스터클래스에 참여하며 어엿한 작곡가로 성장하기도 했다. 이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이끌어온 상임작곡가 진은숙에게도 아르스 노바를 만들어 온 지난 시간은 세계 음악 현장과 한국 음악계의 가교역할을 하며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으리라.
이 책을 통해 나는 단순히 지난 활동의 성과를 기록하는 것만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간 소중한 경험들이 켜켜이 담길 수 있기를 바랐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단지 어떤 곡을 연주했다는 사실만이 아니라 그 곡을 무대에 올리고 청중과 교감하며 가졌던 노고와 감동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념책자의 형식을 띠기는 해도 형식적인 감사나 축하 같은 내용은 최대한 덜어내고, 실제 음악적인 측면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그걸 만들어간 연주자들은 무슨 생각을 했는지, 그런 속살들이 드러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내부자의 생각만이 아니라 외부자의 시선으로 21세기 한국에서 진행된 현대음악 시리즈의 의미가 조명되길 원했다. 영국과 미국의 저명 음악평론가인 아이반 휴잇과 알렉스 로스의 글이 실린 건 그런 맥락에서다. 우리가 이런 경험을 책으로 남기는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열정을 바쳐 수행한 작업이 음악가들은 물론이고 애호가들이나 후학들에게도 뭔가 생각할 거리를 줄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서다. 좋은 것이든 부족한 것이든.
서울시향의 아르스 노바 시리즈가 얼마나 더 지속될지는 알 수 없지만, 앞으로도 탄탄한 기획과 수준 높은 연주로 한국 음악계의 토양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갈 수 있기를 바란다. 현대음악을 전문가 집단의 것만이 아니라 클래식 음악 청중이 광범위하게 향유할 수 있는 것으로 만들어가는 데 서울시향과 진은숙의 아르스 노바는 결정적인 역할을 해왔다. 젊은 작곡가들만이 아니라 다양한 세대와 영역에서 우리 시대의 새로운 감성을 담은 현대음악을 접하려는 고정 관객이 늘어나고 있으니 말이다. 2017년의 프로그램은 10년의 내공을 쌓은 아르스 노바 시리즈가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20세기 전반에 나온 현대음악의 고전과 후반의 실험적인 시도들, 21세기의 신작들이 탁월한 선곡과 구성으로 즐거움을 선사했다. 아르스 노바의 미래가 더욱 기대되는 것은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발전해가는 모습 때문이다.
책은 3부로 이루어진다. 1부에서는 이 시리즈를 만든 진은숙을 비롯해 함께 했던 많은 음악가들과 사무국원들의 목소리를 다양하게 담아냈고, 2부에서는 아르스 노바 시리즈의 프로그램 기획, 해설, 번역 등으로 참여했던 세 사람의 필자와 외부 평론가 두 사람이 지난 11년간 진행된 아르스 노바 시리즈의 의미를 각자의 시선으로 조명했다. 마지막 3부에서는 아르스 노바의 공연 프로그램과 마스터클래스, 위촉 작품과 부대행사, 공연 리뷰 등을 정리했다. 아르스 노바의 공연 프로그램은 그 자체가 하나의 작품처럼 흥미로운 대상일 뿐 아니라 국내 초연된 수많은 작품들은 21세기 현대음악의 흐름을 이해하는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다. 현장에 함께 하지 못했던 사람들에게도 연주되었던 작품을 찾아 들어볼 수 있도록 프로그램 자료에는 원어를 함께 병기했다. 또한 이 책에 등장하는 많은 외국인 음악가들의 표기는 일반적인 용례에 따라 이름과 성의 순서를 따랐지만, 동아시아 작곡가들은 성과 이름순으로 썼다.
책을 만든다는 것은 그것이 어떤 종류든 자식을 낳는 것과 같은 산고가 있다. 아르스 노바 시리즈의 10주년을 기념하며 여러 국적의 다양한 음악가들이 바쁜 시간을 쪼개 원고를 보내주셨다. 귀한 글을 기고해주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기획 단계부터 함께 고민하며 외국 음악가들의 원고 청탁을 도맡아 애써준 마리스 고토니가 없었다면 이처럼 다양한 목소리를 담은 풍성한 책이 되지 못했을 것이다. 책에 실린 영어와 독일어 글의 번역을 맡아 준 김정민(영국 로열필하모니오케스트라 바이올린 부수석)과 홍은정(독일어 음악서적 전문번역가)에게도 고마움을 전한다. 기념 책자의 성격을 띠고 있음에도 출간에 흔쾌히 동의해 준 예솔 출판사의 김재선 대표와 디자이너 김미경 실장, 편집자 심영지 님께도 깊이 감사드린다.
무엇보다 전업 작곡가로서 창작에 할애할 시간도 부족한 마당에 온갖 복잡한 문제를 처리하며 열악한 상황에서도 10년 넘게 아르스 노바를 이끌어 온 진은숙과 이 엄청난 작업을 수행해 온 서울시립교향악단 모든 구성원에게 감사를 전해야 할 것 같다. 이렇게 21세기 한국 음악계의 의미 있는 한 조각이 채워지고 있는 것이다.
2017년 5월
이 희 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