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작곡가 오늘의 작품 16』 편집후기

무슨 일이든 꾸준히 지속하기란 어렵다. 매년 두 차례 한국 창작 음악의 현재를 기록하는 비평지 발간도 쉽지 않은 일이다. 해를 거듭할수록 힘에 부치기도 한다. 4년 전 복간을 감행할 때는, 필요한 일이니 누군가는 해야 하고, 힘 닿는 대로 해보자는 소박한 생각이었다. 하지만 점차 이 지면의 역할과 무게를 느끼면서 다루는 주제나 작가와 작품에 대해 더욱더 심사숙고하게 된다. 벌써 복간 후 여덟 번째 호라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이 작은 책자를 위해 일 년 내내 창작 현장을 쫓아다니고, 시대의 흐름에 민감한 촉수를 세우며, 주목할 만한 작곡가들을 찾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흘렀다.

14~15호는 지원금 덕분에 제작에 좀 더 신경을 쓸 수 있었으나 16호부터는 다시 예전처럼 자체 예산으로 발간하게 되어, 복간할 때의 초심을 떠올리며 잠시 멈추고 그간의 활동을 돌아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이번 【좌담】이 여느 호와 달리 편집위원들에게 할애된 건 그 때문이다. 지난 4년을 평가하며 우리가 부족했던 것은 무엇인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솔직한 의견을 나눴다. 【흐름과 진단】에서는 최근 창작오페라의 흐름을 지난 70년 역사 속에서 간략히 짚어보는 글과 함께, 제도화된 국악관현악의 존재론적 한계, ‘음악’과 ‘듣기’ 같은 언어 속에서 파편화되는 전통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들이 제기되었다. 한 번쯤 깊이 천착해봐야 할 문제들이다. 작곡가들의 목소리를 폭넓게 담아내는데 【작가와 작품】의 지면은 협소하기 짝이 없지만,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는 원로ㆍ중견ㆍ신진 작곡가들을 아우를 수 있도록 애쓰고 있다. 이번 호에 인터뷰와 글로 함께 해주신 백병동ㆍ홍성지ㆍ김인규ㆍ작곡 동인 ‘비욘드 더 보더’에 감사드린다.

매년 하반기에는 창작곡 발표가 쏟아진다. 지면과 필진은 제한적이고, 다루려는 공연에 적합한 필자를 찾지 못할 때도 있고, 때론 계획했던 원고가 엎어지기도 해서 【창작의 현장】은 매호 아쉬움이 크다. 이번 호에는 2019년 하반기에 공연되었던 오페라 <1945>, 젊은 작곡가들의 예술가곡 연주회 “흐르는 시”, 무용음악 <검은 돌: 모래의 기억>, 현대음악 작곡 그룹의 “현대 ‘판’ 소리, 간(肝)”, ‘에코 챔버’와 ‘옴니’라는 주제로 열린 사운드 관련 페스티벌 둘에 대한 리뷰가 실렸다. 이 중 네 편이 외부 필자의 글이고, 그 가운데 세 분은 이번에 처음 비평문을 썼다. 창작 음악에 관한 비평적 글쓰기가 가능한 필진이 너무나 부족한 상황에서, 새로운 필자 발굴은 ‘오작’이 사활을 걸고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부분이다. 다양한 영역과 세대에서 창작 음악에 관한 관심을 촉발하기 위해서라도 앞으로 더 적극적으로 필진을 찾아보려 한다.

마지막으로, 무엇보다 이 지면의 가치에 공감하고 함께 힘을 실어주는 편집위원들에게 깊이 감사드린다. 작고 소박하지만 진지한 고민과 성찰이 녹아있는 글들을 알아보고 응원과 격려를 보내주는 독자들이 있는 한, 오작의 한 걸음 한 걸음도 21세기 한국 음악사의 한 조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2017년 2월
편집위원 이희경

편집후기 『오늘의 작곡가 오늘의 작품 16』 (2020), 141-1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