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12월 창간호가 발행된 『오늘의 작곡가 오늘의 작품』은 음악학자 김춘미의 주도하에 한국 작곡가와 작품을 다루는 본격적인 지면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연주 중심의 한국 음악문화에서 일 년에 한 두 번이나마 주변의 창작 활동을 돌아보며 그 흔적을 공유해보자는 소박한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순전히 편집위원들의 자발적 참여로 글이 구성되는 이 조그만 책자가 한국 창작계의 다양한 활동들을 담아내기에는 턱없이 부족했지만, 당대의 활동을 기록하고 정리하는 역할을 부분적으로나마 수행했던 것 같다. 그런데 2008년 12월 8호를 끝으로 이 작업은 아쉽게 중단되고 말았다. 지난 8년 동안 이와 유사한 어떤 작업도 시도되지 않았기에, 몇몇 편집위원들을 중심으로 복간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던 때, 부족한 역량이나마 새롭게 진영을 갖추어 모임 ‘오작’ 시즌 2를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
자발적 청중의 부재와 창작 음악의 사회적 고립 현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나 신자유주의의 모순이 극대화된 최근에는 더욱 심각한 수준에 이른 것 같다. 창작계 내부에서는 다양한 자구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으며, 개별 작곡가들의 고민도 깊어지는 듯하다. 그런데 이런 모색은 개별적인 차원이 아니라 사회적 공론의 장에서 논의될 때 좀 더 의미 있는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작곡계가 스스로의 아성을 쌓고 있는 동안 세상은 계속해서 변화해왔다. 어떤 예술도 세상의 예민한 문제들에 감각을 열어놓지 않고서는 고립을 피할 수 없는 법이다. 세상과 부딪히며 지금까지 해왔던 관습과 제도를 탈피하려는 적극적인 실천이 음악계에서는 더욱 절실해 보인다. ‘오작’이 그런 논의의 열린 장이 되기를 희망한다.
새롭게 복간되는 『오늘의 작곡가 오늘의 작품』은 시즌 1의 편집 체제와 틀을 그대로 이어간다. 과거의 유의미한 성과를 기억하고 되살리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호들의 목차를 부록으로 실었다. 복간 첫 호의 좌담은 현재 다양한 영역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40대 작곡가들의 고민과 문제의식을 들어보았고, ‘흐름과 진단’, ‘작가와 작품’, ‘창작의 현장’ 코너에서는 편집위원들 외에 외부 필진 두 명의 글이 실렸다. 오늘날 음악창작이 얼마나 다양한 형태로 폭넓은 영역에서 수행되고 있는지를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모임 ‘오작’은 편집위원들 간의 의견 교환은 있지만, 그것이 어떤 통일적인 편집 방향이나 기획으로 수렴되지는 않는다. 이번 호 역시 편집위원들의 여러 생각이 그냥 모였다. 글을 모으고 보면 흥미로운 현장들과 작품들 중 극히 일부만이 다루어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지만, 일단 이렇게나마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에 용기를 내어 복간 첫 호를 세상에 내보낸다. 비록 시작은 미약하나 앞으로 더 많은 편집위원과 필진이 함께 이 지면을 풍성하게 채워나가게 될 것이다. 그리하여 『오늘의 작곡가 오늘의 작품』이 한국 창작 음악의 현재를 기록하고 토론하는 장으로 적극 활용될 수 있기를 바란다.
뜻은 쉽게 모였으나 1년에 2회, 8월과 2월 발간을 위해 소요되는 제작비 마련을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럼에도 이왕 모은 뜻을 지체할 수는 없었기에, 당장 복간을 추진하기로 하고 필요한 제작비는 편집위원들의 자발적인 모금으로 십시일반 마련했다. 원고는 물론이고 제작비까지 부담해주신 편집위원들께 깊이 감사드린다. 또한 실무를 맡아준 편집 간사 신예슬과 흔쾌히 출판에 뜻을 같이한 예솔 출판사에도 고마움을 전한다. 복간된 오작은 중단 없이 계속 발간될 수 있도록 여러 분들의 관심을 부탁드린다.
2016.7.25.
편집위원장 이희경
『오늘의 작곡가 오늘의 작품 9』 (2016), 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