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담 「작곡 전공 학생들이 보는 작곡 활동의 현실과 미래」, 『오늘의 작곡가 오늘의 작품 5』 (2006)

참석자:
김민규 (추계예술대학교 4학년)
김민주 (숙명여자대학교 졸업)
김병진 (한양대학교 4학년)
박정규 (한국예술종합학교 전문사)
심정선 (가톨릭대학교 4학년)
정세훈 (연세대학교 4학년)
조은희 (연세대학교 4학년)
지성민 (서울대학교 4학년)

사회 및 정리: 이희경 (서울대/한국예술종합학교 강사, 음악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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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여러분 반갑습니다. 비단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겠지만, 최근 들어 대학 작곡 교육이 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인지 문제를 느끼는 분들을 많이 접하게 됩니다. 연주 중심적인 한국 음악계에서 창작의 위치는 여전히 미진한데, 아카데믹한 작곡계는 변화하는 현실과 무관하게 이전의 활동을 답습하고 있는 듯 보입니다. 이 좌담은 이러한 현실 속에서 요즘 작곡과 학생들이 생각하고 고민하는 것은 무엇인지 자유로운 의견을 들어보기 위해 마련되었습니다. 특별히 정해진 주제가 있는 것은 아니니까, 여러분이 평소 생각해왔던 것이나 함께 얘기하고 싶은 것들을 발언할 수 있는 자리였으면 합니다. 우선 모두들 처음 만나는 자리이고 하니, 그냥 개인적인 이야기부터 시작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네요. 각자 현재 쓰는 작품이나 음악적 고민 등을 얘기해볼까요?

현재 쓰고 있는 곡, 많이 생각하는 문제

김민규: 지금 기말 과제 곡 쓰고 있고요 (일동 웃음). 6월 중순에 마감이니까. 6월 12일에 있을 서울음악제에서 연주될 곡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조은희: 가곡이요, 실내악이요?

김민규: 실내악이요. 그리고, 뭐니뭐니해도 장기적으로 제일 중요한 문제지만, 유학 문제를 어떻게 할까 생각하고 있어요. 그밖에 음악적인 문제로 고민 중인 것은, 다들 새로운 곡을 쓰실 때마다 경험하시는 것이겠지만, 이번에는 뭘 써볼까, 좀 더 새로운 것을, 나만의 뭔가의 새로운 것을 생각하고 연구하고 실험하고, 레슨도 받고, 선생님께도 여쭤보고… 제가 너무 광범위하게 얘기해서 다른 분들이 할 말이 없으실 것 같네요.

심정선: 4학년이라 6월 2일까지 졸업 연주곡 초안을 내야 되서 자유곡을 쓰고 있는데, 제가 시를 음악화하는 작업을 좋아해서 가곡을 쓰고 있는 중이고, 졸업 작품은 편성만 정해놓고 시작을 못하고 있어요. 교생실습 중이라 손을 댈 수가 없네요. 현재 많이 생각하고 있는 문제는 국악작곡 쪽인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공부를 해야 되고, 작곡이라는 면에서 서양음악 작곡이나 국악 작곡 면에서 특별히 다른 것은 없다고 생각되지만, 소재적인 측면이나 공부를 해야 되는 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고민을 하고 있고요. 대중음악과 예술음악의 허구적 이분법이라는 최유준 선생님의 책을 보면서 정말 맞는 말이라고 생각했는데, 제가 나가는 모임의 다른 분들도 많이 공감하시는 것 같아요. 실용음악과를 가려고도 생각했었기 때문에, 한국에서는 교과과정이 연주나 순수음악 전공으로 치우쳐있는데, 국악, 서양음악, 실용음악 따로 따로 되어있는 상황이 안 좋다고 생각하고. 교류가 수박 겉핥기식으로만 이루어지고 있는데, 그런 교류가 좀 더 다양해지고 풍성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김민주: 최근에 작품 발표를 하나 했고요. 요즘은 즉흥 연주에 관한 생각을 많이 하고 있어요. 지도교수님이랑 대구에 가서 연주를 해야 되는 일이 생겨서 즉흥 연주에 대해 같이 얘기하고 배우고 있는 과정에 있고요.

사회: 자기 작품을 직접 연주한 경우도 있어요?

김민주: 그런 경우는 거의 없고요. 그냥 저희 선생님이 워낙 1학년부터 저에게 즉흥연주 훈련을 시켜주셨습니다. 선생님 작품을 시작으로 지금까지도 계속 즉흥연주를 하고 있어요. 그리고 최근에는 미디어 아트에 관심을 두고 있어서, 멀티미디어 아트 공부를 더 해보려고 합니다. 앞의 분이 말씀하신 것과 같은 생각을 수업시간에 나누었었고, 기말 리포트로도 써 본 적이 있고요. 다들 많이 공감할 것 같은데, 여기 오면서 다른 학교 학생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많이 궁금했어요. 지금 한국 현실의 문제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학생들끼리 교류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오늘 이 자리에 오면서 걱정도 있었지만 재미있을 것 같다는 기대를 많이 했어요. 이 기회를 통해서 앞으로 다른 학교 학생들이랑 지속적으로 많이 만나고 생각을 나누었으면 좋겠습니다.

사회: (웃으며) 아니 서로 안 만나요? 음악제 하거나 작품 연주할 때 다른 학교 학생들도 오고하잖아요? 연주가 끝난 뒤에 맘에 드는 작품이 있었다면 그 작곡가에게 말을 걸어 볼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김민주: 주로 끼리끼리 얘기를 하고요. 맘에 드는 작품이 있더라고 그냥 마음속으로만 담아두고 있죠. (웃음)

박정규: 아까 말씀하신 것 중에 공감하는 게 있어서 말씀드리는데요. 커리큘럼 얘기를 하셨는데, 저희 학교 같은 경우는 커리큘럼에 국악기 실습이 필수로 포함되어 있어요. 제가 대학 4년을 다니면서 가야금, 해금, 대금, 장구를 배웠기 때문에, 국악곡 쓰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제가 원래 관심 있던 분야가 현대음악이었는데, 우연한 기회에 국악곡을 쓰게 되었는데, 그게 연이 되어서 계속 곡을 쓰고 위촉받고 연주를 하고 있는데요. 우리가 지금 학교를 다니면서, 그 커리큘럼이라는 게 참 중요한 게, 배웠던 것을, 준비가 되어 있으면 언제든지 기회가 되었을 때 사용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원하는 것이 현대음악만이 아니라 조성음악도 같이 잘 할 수 있는 레인지가 넓은 것이거든요. 합창음악, 국악도 쓰고. 특히 국악 곡은 수요가 많기 때문에 위촉이 많아요. 현대음악은 부탁받아서 쓸 일이 별로 없거든요.

사회: 정말 드물죠. 아주 잘하지 않으면. 그런 현실적인 이유도 있겠지만, 본인이 원하든 원치 않든 학교에서 의무적으로 국악기를 배우게 해 놓으니까 자신의 자산이 된다는 점에서 커리큘럼이 중요하다는 말이네요.

박정규: 네. 그리고 현재 제 고민은 지금의 이 현대음악이 나중에 어떻게 변해갈 것인가에 대한 의문인데요. 워낙에는 제가 졸업 후 독일 쪽으로 유학을 생각했었는데요. 작년에 한 달 정도 독일에 가서 음악회도 가고 작곡가들의 작품 발표도 많이 가봤는데요. 그러면서 제가 졸업하면 당연히 독일로 유학가야지 라는 그런 생각을 깰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지금은 독일로 가려는 마음이 변해서 지금은 영어를 공부하고 있어요. (일동 웃음)

사회: 그러다가 미국도 한번 갔다 오면 생각이 바뀌는 거 아녜요?

박정규: 글쎄요. 여러 선생님들 말씀 듣고 많은 고민 한 후 결정한 거라 바뀌지는 않을 거예요.

김병진: 저도 지금 기말 곡 쓰고 있고요. 저희 학교는 제출이 6월 9일까지라. 사실은 저희 커리큘럼 말고 다른 학교가 어떤지는 잘 모르겠지만, 저희 학교 기준으로 말씀드리자면, 곡 제출을 하는데 1년에 네 번을 해요. 중간에 한번, 기말 때 한번 내는데. 커리큘럼이 저희 학교도 지금 과도기적이라 저희 때랑 지금은 많이 달라졌어요. 아무래도 종합대학이다 보니까 학교본부에서 내려오는 커리큘럼이 있기 때문에, 거기에 맞춰서 변하다 보니 그런 것 같아요.

사회: 어떤 방향으로 변하는 건가요?

김병진: 예컨대 ‘새내기 세미나’ 같은 게 생기면서 다른 음악 관련 학점이 줄어드는 거죠. 자세한 건 모르겠지만, 교양에 좀 더 치중이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현재 개인적으로 하고 있는 고민은 다른 분들과 비슷한 것 같아요. 새로운 것에 대한 모색, 유학 준비. 저도 6개월 정도 독일 베를린에서 연수를 하고 왔는데, 정말 새로운 것을 많이 배웠어요. 그렇지만 제가 추구하는 음악적 이상과는 조금 다른 부분도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유학에 대해서 생각은 하지만 아직 결정은 못한 상태예요. 그리고 ‘현대음악’에 대한 고민은, 제 자신이 좋아하는 터라 계속 공부할 생각입니다. 하지만 학교에는 현대음악을 싫어하는 학생들이 훨씬 많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어요. 기악과는 말할 것도 없고 작곡과 학생들도요. 그래서 이것에 대한 비중 있는 대안이라고 할 수 없겠지만 사실은 저희 학교 작곡과 내에서 몇몇 뜻있는 사람들과 같이 새로운 동아리를 만들었어요. FCG (Free Compostion Group)라고, 1년에 한 두 번씩 자신이 정말 쓰고 싶은 곡을 써서 발표하는 건데요. 교수님 눈치 보지 않고, 가요를 하든, 국악작곡을 하든, 현대음악을 하든 원하는 대로 하는 거죠. 신청자를 받아서 하는데,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학생들은 그걸 통해 어떤 해방감을 느끼는 것 같아요. 처음 시작할 때는 쉽지 않았지만 학생들의 호응을 받으면서 점점 활성화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음악관을 빌려서 팸플릿도 만들고 표도 만들어서 실제 연주회처럼 해요. 교수님들도 다 오셔서 봐주시고 얘기도 해 주세요. 하지만 거기서 나오는 음악을 가지고 비판하시거나 나무라시지는 않아요. 오히려 곡 자체에 대해 조언을 해주십니다. 교수님들이 작품에 대해 코멘트 해주시면 정말 감사하죠.

사회: 언제부터 해왔나요? 혹시 얘기 듣거나 가본 사람 있어요?

김병진: 2003년부터 했는데요. 아마 다른 학교 분들은 모르실거예요.

조은희: 저도 지금 기말 곡 쓰고 있는데, 이번에는 여태까지 썼던 것보다 편성이 제일 커서, 이것저것 공부를 더 많이 하면서 쓰게 되는 것 같아요. 대학교 와서 느낀 것은 다른 과들도 마찬가지겠지만, 결국에는 제가 찾아서 공부해야 되고, 내가 정말 어떤 음악을 하고 싶어 하는지 그런 것을 아무도 도와주지 못하니까, 많이 생각해보게 돼요. 제가 하고 싶은 음악이랑 학교에서 배우게 되는 음악의 차이점도 있는 것 같고… 제 경우에는 운이 좋아서 뮤지컬이나 연극음악 같은 것을 해본 적이 있는데요. 실용음악을 굳이 따로 구분지어 생각하기보다는, 제가 알고 있는 음악적인 재료를 다 사용해서 그게 어떤 음악이든 만들어보고 싶은 게 제 소망이에요. 과연 그렇게 쓸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요. 4학년이 되니까 여러 가지 고민이 많아지는 것 같아요. 유학 문제도, 저희 학교 교수님은 거의 미국 쪽이시기 때문에 주로 미국 쪽을 추천해주셔요. 그런데 결국에는 제가 과연 어떤 음악을 하면서 살게 될지가 가장 큰 고민인 것 같고, 그에 따라 유학이나 다른 문제도 생기는 것 같아요.

지성민: 저는 개인적으로 흔히 말하는 순수음악을 하고 싶어요. 저는 어릴 때부터 전업 작곡가로 사는 게 꿈이었거든요. 곡만 쓰고 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굉장히 힘들더라고요. 대학 와서 학년이 올라갈수록 아무래도 먹고사는 문제를 고민하게 되는데, 음악을 하면서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예를 들어 순수음악 이외의 것에까지도 관심이 생겼다가, 최근에 와서 또 다시 바뀌고 있는 것 같아요. 처음으로 돌아가서 왜 작곡을 시작하게 되었는가를 다시 한 번 더 생각해보니까, 아무래도 순수음악이 좋아서 시작했고, 좋아하는 걸 선택한 이상 그렇게 살아야 나중에 후회가 없을 것 같은데, 그러다보니까 청중에게 너무 맞추려는 태도는 없어지고 있고, 그러니 자연스레 또 다시 소통의 문제가 제기되는 것 같아요. 그런데 그 문제의 해결을 꼭 작곡가 입장에서 해야 하는가. 물론 작곡가도 그 문제를 생각해야겠지만, 작곡가만 떠맡을 것이 아니라 다른 관점에서 해결할 방법은 없겠는가를 같이 얘기해봤으면 좋겠어요. 학교 커리큘럼의 측면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청중과의 소통을 말씀하시지만, 저는 오히려 작곡가끼리, 연주가와의 소통이 아예 안 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한양대에서 2003년부터 하셨다는 FCG라던가(웃음) 그것도 미리 알았더라면 가 봤을 텐데 아쉬운 점들이 많고요. 다른 학교 작곡과 학생들과 교류하는 것은 어느 정도 개인적인 문제라 할지라도, 연주자와의 소통은 아주 중요한 문제 같아요. 대학 와서 연주자하고 굉장히 단절되어 있는데, 연주자와의 관계가 연주료를 주는 금전적 관계가 대부분이다 보니 그런 괴리가 많이 생기는 것 같고요. 저도 개인적으로 악기를 하긴 하지만, 대학 와서 작곡만 계속 하다 보니 음악을 한다는 생각이 좀 덜 들더라고요. 어릴 때부터 꿈꿔왔던 그런 음악의 개념에서 약간 벗어난 것 같아요. 제 동기나 후배들도 대부분 그런 생각을 하고 있고, 그래서 다들 다시 악기를 하나씩 잡아서 하고 있어요. 연주자들과의 관계가 깊어지고 긴밀하게 연결될수록, 작곡하시는 기성 작곡가분들 중에서도 연주자들과 교류를 활발하게 하시는 분들도 계신데, 그렇게 해야지 사실 곡의 질(quality)도 훨씬 높아지고, 나중에 발표하고 연주회를 이끌어 나갈 때도 훨씬 힘이 커질 것 같아요. 그런 점이 많이 아쉽죠. 저희 학교는 저번 학기부터 관현악법 수업 마지막 시간에 학생이 편곡한 곡을 오케스트라가 연주해서 들어볼 수 있도록 커리큘럼이 변화 되었습니다. 좋은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사회: 작곡과 학생들이 관현악곡을 쓰고 들어볼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은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그리고 연주자와의 관계도 굉장히 중요하고요.

정세훈: 저 역시 현재 쓰고 있는 것은 기말과제곡이고. 앞서 다른 분들이 제가 생각했던 얘기를 거의 다 하셨어요. 그런데 한 가지 덧붙여 하고 싶은 말은, 저희가 쓰는 음악들이 아주 훌륭한 곡은 아닐지라도, 우리가 몇 달 동안 열과 성을 다해서, 하나하나 애착이 가는 곡들인데, 그것이 위클리가 끝나면 바로 사장되잖아요. 앞으로 죽을 때까지 한 번도 연주 안 될지도 모르잖아요. 굉장히 슬퍼요.

사회: 작곡가들이 대학 졸업 시절에 썼던 곡들이 나중에 다시 연주되는 경우도 있어요. 하지만 대개 학창시절 습작들은 나중에 작곡가 자신이 작품 목록에서 제외시키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성장해나가는 과정에 있는 것이라 스스로 생각해서겠죠. 물론 그렇지 않은 작곡가들도 있지만요. 그럼 이제 얘기를 좀 바꿔서, 여러분이 처음 작곡가가 되고자 했을 때는 스스로 뭔가 쓰고 싶은 것이 아주 많았을 텐데요. 대학 들어온 후에는 어떤가요? 기말마다 과제가 주어지고 그러다보면 자신의 자발적인 내적 동기와 갈등을 일으키는 일은 없나요? 기말 과제를 쓰면서 자기 문제의식을 거기에 부합시키는 편인가요, 아니면 완전히 별도로 사고하나요? 요즘은 쓰고 싶은 것과 학교에서 과제로 요구되는 것과 그렇게 이질적이진 않나요?

과제물 작곡

김민주: 학교에서 요구되는 과제 곡들은 편성 같은 것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자기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은 학내연주(위클리)나 동아리 활동을 통해서 많이 하는 편이예요. 학교에서 쓰지 않는 편성 중에 해보고 싶은 것은 대개 위클리를 많이 이용하더라고요.

사회: 나중에 작곡가가 되더라도 대개 편성은 주어지게 마련인데. 그 주어진 편성 안에서 자신이 지금 하는 고민이나 표현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거잖아요? 그렇다면 학교의 과제와 자신이 쓰고 싶은 것이 잘 조화가 안 되는 편인가요?

김민주: 저희 선생님께서 말씀하셨지만, 대학까지는 무조건 기술을 익혀야 하기 때문에, 우선은 많이 써야 되고, 무엇을 써야 하는지 생각하는 것과 작품을 써가는 과정도 중요하지만, 곡의 구성이나 소재 그리고 악기에 대한 것들을 더 많이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곡을 쓰다보면 악기 소리, 아무리 피날레로 소리를 들어보고 음악회에 가서 들어보긴 해도, 내가 이 소리를 썼을 때 어떤 판타지가 나올 수 있는가 하는 부분은 알 수 없고 많이 힘들기 때문에.

조은희: 저희 같은 경우는 위클리도 교수님들께서 채점을 하시기 때문에 상당히 제약되어 있어요.

김민주: 아, 그 학교는 위클리가 점수화되어 있나 보네요. 저희는 그렇지 않아요. 교수님들께서 악보를 보고 연주가 잘못되었다 던지, 작곡가의 성의의 문제에 대해서는 굉장히 질책하시지만, 평가는 하시지 않기 때문에 좀 더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것 같아요.

김병진: ‘자유롭다’는 게 뭔지 좀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실 수 있으세요?

김민주: 실용음악을 하고 싶은 친구들은 뉴에이지 스타일의 음악을 쓰기도 하고, 재즈 쪽에 관심있는 친구들은 재즈적인 요소를 갖다 쓰기도 하고, 현대음악에 관심 있는 친구들은 뭐 음렬 음악처럼 쓰기도 하고, 다양하게 할 수 있다는 거죠.

심정선: 저희 학교 같은 경우는 편성만 주어졌지 요구되는 스타일은 없어졌거든요. 그런데도 학생들이 스스로 얽매이고 있는 것이 있는 것 같아요. 1학년 같은 경우 특히 그런 경향이 심한데, 입시 스타일에 매여 있는데. 답답하다고 여길 정도로. 저 같은 경우는, 저만의 문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쓰고 싶은 소재나 판타지는 너무나 많은데, 그것을 어떻게 표현해야 될지를 모르겠어요. 그게 작곡의 문제 같아요. 제가 배운 과정이나 지금의 제 상태로는 이상은 너무 높고 제가 쓴 것을 보면 괴리가 자꾸 느껴지니까, 쓰다 말고 휙 던져버리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지난 학기 같은 경우에는 실기점수가 C+이 나왔어요. 항상 B0였거든요. 저는 1학년 때부터 실기점수는 원래 안 나오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왜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냐면, 제가 너무 못 썼다고 생각했던 것과 열과 성을 다해서 쓴 곡이 다 B0가 나오는 거예요. 그래서 실기점수는 원래 그런 건가보다 생각하고, 점수에 연연하기 보다는 제가 쓰고 싶은 것을 표현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제가 게으르다 보니까 그게 잘 안 되더라고요. 작곡을 하려는 계획은 많이 세웠는데, 제가 싸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하다 보니까 스터디나 연주회를 보면서 머리만 커져가지고 복학을 하고 나서는 전보다 더 곡을 쓰기가 힘들어지는 거예요. 내가 표현하려는 건 이런데, 써 놓고 보면 저 밑에 있는 거예요. 그래서 자꾸 곡을 못 쓰게 되는 거예요. 그것이 저한테는 가장 큰 문제인 것 같아요.

김민규: 교수님들이 이렇게 써라 저렇게 써라 많이 관여하시는 분들 있으세요?

심정선: 저희 선생님 같은 경우는 너무 방목을 하셔서 부족한 저에게는 문제인 것 같아요.

김민규: 요즘은 솔직히 자기가 쓰고 싶은 것을 못 써서 고민하는 것 같지는 않아요. 말씀하셨듯이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하는데. 제 생각에는 학생들이 과거의 음악을 답습하는 것에 대해서 부끄럽게 생각하는 경향이 많은 것 같아요. 보고 들은 것을 자기가 다 안다고 생각하는 거죠. 다 아니까 다른 것을 써보려고 하는 건데, 솔직히 우리가 아무리 새롭게 써 봐도 그것은 결국 과거에 나온 것이었거든요. 2, 3학년 때 과제 곡을 쓰고 나서 느끼는 것은, 답습은 최고의 공부라는 생각이 계속 들어요. 좀 더 해볼수록. 그런데 학생들은 ‘내 것이 뭔가’라는 고집을 쉽게 포기하지 않는 것 같아요. 그 한계를 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김민주: 맞는 말씀인 것 같아요. 모방을 해야 기술이 쌓이고, 그 기술이 축적되어야 자기 스타일이라는 것을 구축할 수 있는데. 저희 학교도 그런 문제가 많아서 선생님들이 많이 안타까워 하세요. 머리로는 이해가 되는데 정말 안 해보는 거예요. 곡을 직접 써보고 경험을 쌓아나가야 되는데, 머리로만 이해하고 가니까. 실력이 안 늘고, ‘나는 다 알고 있어’라고 착각을 하고, 자기 나르시시즘에 빠져 있는 거예요. 그런 부분을 많이 지적하시긴 하는데, 학생들이 변화하려고 하지 않는 고집들이 좀 있는 것 같아요. 자만도 있고.

김민규: 게을러서 그래요. (일동 웃음)

심정선: 저는 그게 결국은 커리큘럼 문제와 연관된다는 생각인데요. 연습을 하는 과정이 분명히 필요하고, 실기 곡에서 그걸 해야 되는데. 점점 교양에 더 많은 비중이 두어지는데, 정작 곡을 쓸 시간이 없는 거예요. 게으름의 문제도 있겠지만, 연습할 시간이 없는 거예요. 세미나 시간이 생겨서 그런 연습을 하고 있는데, 그런 수업이 더 많아져야 된다고 생각해요. 실기 곡은 좀 더 자유롭게 하구요.

김민규: 그 단적인 예가 저희 학교에 있었는데요. 저희는 과제 곡을 한 학기에 세 번을 냈었어요. 4, 5, 6월에 한 번 씩 내는 건데요. 그 전통이 재작년까지 있었는데 학교에서 없앴죠. 저희는 레슨도 일주일에 두 번 받았거든요. 추가금을 더 내서 일주일에 레슨을 두 번 받고, 과제곡도 세 번 내고, 학점도 4학점이구요. 굉장히 좋은 제도였어요. 어떻게 한 달에 하나씩 곡을 쓰냐 하지만 써 내거든요. 근데 이제는 바뀌어서 한 학기에 두 번 내는데, 지각해서 내는 학생도 많고, 고민하는 시간만 많지 더 못 써내는 거예요. 저희도 무척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죠. 제도적인 문제니까.

김민주: 추계 같은 경우는 교양과목에 대한 비중이 많지 않으니까 그게 가능한 것 같아요. 예종도 그렇고요. 아무래도 예술대학이기 때문에 예술에 초점을 맞출 수 있는 거죠. 그런데 저희처럼 일반대학에서는 교양과목이 반 정도 되니까, 교양과목의 과제만으로도 정신이 없거든요. 그런 학교들이 부러워요.

심정선: 음악을 전공하는 사람을 위한 필요한 교양과목들이 있을 것 같은데, 일반교양의 경우는 정말 왜 듣나 싶은 것들도 많아요. 차라리 음대 수업 가운데 실기 외의 이론적 배경이나 지식을 얻을 수 있는 수업이 등한시 되는 것 같은데, 그런 수업이 좀 많았으면 좋겠어요.

조은희: 저희도 교양에 비중이 있는 학교인데. 저 같은 경우는 교양에 그렇게 목을 매거나 그러지는 않았지만, 저는 그 수업들이 도움이 많이 되었던 것 같아요. 작곡가는 무에서 유를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저희가 가지고 있는 재료가 많으면 많을수록, 경험도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것 같고, 교양 수업을 통해 얻는 것도 많았던 것 같아요. 그리고 아까 질문하신 것 중에서, 편성이 정해져 있다 하더라도 내가 표현할 수 있는 것은 그 안에서 충분히 나타낼 수 있는 것 같아요. 어쨌든 그건 제가 만든 음악이기 때문에, 어떤 소재와 기법을 사용해서 다르게 표현할 수도 있고, 편성은 정해져있어도 그 편성 속에서 어떤 악기를 쓰느냐는 제가 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안에서 제가 표현할 수 있는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해요. 그게 작곡가가 가지고 있는 좋은 점일 것 아닐까요?

사회: 대학에 와서 작곡하는 것의 어려움을 얘기해봤는데요. 주어진 학교 과제 곡을 제한이라고 느낄 수도 있지만, 그 속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아낼 수도 있는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학교 분위기나 지도 교수에 따라 조금씩 틀릴 수는 있겠지만요. 여러 사람이 커리큘럼의 문제로 교양수업이 너무 많아서 작곡할 시간이 없다는 점을 지적하셨는데요. 물론 그런 점이 없지는 않겠지만, 정말 작곡에 비중을 둔다면 교양수업 성적은 큰 신경 안 쓰고 작곡에 매진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네요. 그리고 조은희 학생의 말처럼 교양 수업이라는 게 작곡가로 성장하는 데 중요한 자극의 원천이 될 수도 있고요. 작곡가란 세상의 모든 것에 대해서 근본적인 질문을 하는 존재인데, 과학이나 예술이나 기타 학문 등에서 자신의 창작적인 문제에 대한 계기를 얻을 수도 있거든요. 예술교육에 좀 더 집중하는 추계나 예종이 부럽다는 말을 했는데, 종합대학과 예술대학이 갖는 장단점이 각각 있다고 생각해요. 동아리 활동을 통해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고 타 분야를 접할 수 있는 계기가 예술대학 내에서 아무래도 제한적일 수 있거든요.

그럼 얘기를 조금 더 본격적으로 밀고 나가서, 대학 입학 전과 후의 작곡에 대해서 얘기를 해보죠. 여러분들 가운데는 초등학교 때부터, 혹은 중학교 때부터 작곡을 해온 친구들도 있는데요. 제 생각에 작곡가가 되려고 대학에 들어왔다는 것은 굉장히 특별한 것 같아요. 이게 뭐 돈을 잘 벌 수 있는 것이어서도 아니고, 그냥 하고 싶어서 하는 거잖아요. 자신의 존재적인 고민, 뭔가 창조적인 일을 해보겠다는 건데요. 대학에 들어온 후의 자기 모습이 대학 입학 전에 생각했던 것과 비슷한가요? 대학 입학 전과 후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한번 얘기해 보죠.

대학 입학 전과 후의 작곡에 대한 생각

심정선: 저는 잠깐 실용음악 쪽을 하려고도 했었거든요. 영화를 워낙 좋아하고, 일본 애니메이션을 워낙 좋아해서 그런 쪽의 음악을 하고 싶어서 왔는데, 막상 대학 들어온 후에 현대음악을 접하고 나서는, 처음에는 음악이라고 생각도 안했는데 어느 순간 저희 선생님 곡을 들었더니 내가 모르지만 뭐가 있기는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그런 느낌이 드니까 놓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때부터 현대음악 쪽으로도 많이 들어보려고 노력을 하게 된 점이 바뀐 것 같고요. 뭔가 새로운 것에 대해서 많이 갈구하는 것이 있는데, 저는 그것을 국악에서 많이 찾는 것 같아요. 결국 대학 입학 전과 후의 저의 생각이 바뀌긴 많이 바뀌었는데, 달라지지 않은 것이 있다면 입에 풀칠이라도 하면서 하고 싶은 음악을 어떻게 할까라는 부분입니다. 저는 소통이 없는 음악은 음악이 아니라고 생각을 해요. 소통을 하면서 얼마만큼 나의 음악 세계를 사람들에게 감화시킬 수 있을까.

김민규: 저는 그 전에 하나 여쭤보고 싶은 게 있는데요. 현대음악을 언제부터 아셨어요?

김민주: 대학 들어오면서요.

김민규: 혹시 대학 이전부터 아셨던 분 계세요?

지성민: 몇몇 작곡가는 알고 있었죠. 좀 듣기 쉬운 슈니트케나 페르트, 베베른 같은 작곡가요.

조은희: 저도 들어오기 전에 접하기는 했어요. 고등학교 때 음악회 갔다 와서 감상문 써내는 게 있어서 어떻게 하다 보니 현대음악을 하는 음악회를 갔는데, 내가 알던 고전음악과 전혀 다른 음악이 있다는 걸 그때 알게 되었어요. 그것이 현대음악에 대한 흥미를 유발하지는 못했지만요. 고등학교 때에는 알고 있던 음악이라는 것이 제한적이니까 그 안에서 생각할 수밖에 없잖아요. 그러니까 대학에 와서 배우게 될 거라고 생각했던 것은 큰 편성의 관현악곡을 쓰기 위한 오케스트레이션 같은 게 아닐까 했었는데, 그 부분에서 크게 충족된 것은 없는 것 같고. 하지만 새로운 기법과 여러 작곡가들의 작품을 분석하는 것은 저만의 소재가 될 수 있는 것이라서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아요.

사회: 몰랐던 것을 알게 되면서 내가 표현하려는 것의 재료가 늘어났다는 의미인가요? 그렇다면 자기가 원래 생각했던 것이 기술적으로 더 진전된 것은 없나요?

조은희: 대학 들어가기 전에는, 현대음악을 들어도 이해를 못하니까, 현대음악은 소수의 천재들만 할 수 있는 것이고, 그러니 나는 당연히 안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기껏해야 영화음악 같은 것만 생각하고 들어온 거죠. 그런데 대학 온 후에 여러 가지 경험하고 접하면서 생각도 많이 바뀌었고, 제가 좋아하는 음악도 많이 달라진 것 같아요. 옛날에는 웅장한 오케스트레이션의 영화음악이 너무 좋아서 그런 걸 쓰고 싶어 작곡 공부를 시작했는데, 대학 와서 공부하면서 어느 날 예전에 좋아하던 영화음악 음반을 넣고 들었는데 좀 그런 거예요. (웃음) 그때는 정말 대단하게 생각해서 어떻게 이런 걸 썼을까 했는데, 물론 지금도 그렇게 쓰라고 하면 쓰지는 못하겠지만, 그런 저를 보면서 제 자신이 깜짝 놀랐어요.

김민규: 저는 그 비유가 생각이 나요. 영화 <매트릭스>를 보면 알약을 주잖아요. 예고가 아니라 인문계 고등학교를 나오면 고등학교 음악 시간에 현대음악을 접하지 못하잖아요. 누가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그런 걸 숙제를 내주는 사람도 없을 것이고. 그런데 신기한 것은, 가만히 생각해보면 고등학교 음악선생님도 현대음악을 들어는 봤을 텐데 그런 얘기는 전혀 안하셨던 같고. 그런 상황에서 입시 준비하면서 현대음악이 있다는 것만 들었어요. 음악을 들어보지는 못했고요. 그런 걸 하게 될 거라는데, 그런데 항상 궁금해졌어요. 그래서 왜 해야 되나 물어봤더니 이 시대에 ‘이리 오너라~’ 할 수는 없잖아 그러시더라고요. 그래서 대충 감은 잡았어요. (일동 웃음) 그래서 그런 게 있구나 하고 대학을 갔죠. 그런데 저는 반발이 굉장히 심했어요. 저는 누구보다 반발이 심한 사람이었어요. 그래서 아예 음악을 접을까도 생각을 했었고. 그래서 남들 다 군악대 간다할 때 저는 기분 좋게 육군 보병으로 당당하게 갔고요. (웃음) 저는 음악 생각을 전혀 안 하고 군대생활을 했고, 그렇게 다른 생활들을 하다가 복학을 했을 때, 음악에 대해 아무런 상념과 통념과 고정 관념 없이 그냥 대했을 때 (현대음악을) 할 수 있었어요. 아무 생각 없이, 복학했으니까 해보자 하니까, 비로소 가능해지더라고요. 제가 그전까지는 고정관념이 있었다는 거죠. 누구도 음악의 현실이 어떤지를 말해주는 사람이 없었어요. 저희는 TV나 미디어를 접하면서, 거짓말 속에서 살고 있었던 거죠. 그런 데서 현대음악은 안 나오니까 알 수가 없었던 거죠. 그러다가 알게 된 거예요. 그런데 알게 된 사람들의 특징이 그것을 숨길 수가 없는 거예요. 솔직히 저는 현대음악을 아는 사람이 현대음악을 아예 버리고 대중음악으로 그냥 갈 수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고 봐요. 이미 그런 게 있다는 걸 접했기 때문에. 그런 사람이 학교 선생님으로 가면 알고 있기 때문에 말할 수밖에 없는 거고. 그게 사실이니까. 저는 그래서 오히려 현대음악을 아는 사람이 다방면으로 진출하기를 바라요. 그래서 그 다방면에서 현대음악이라는 것이 있고, 이런 것이 지금 시대의 음악이고, 우리가 지금 해야 되는 것이고, 이런 것들을 선전해야 될 사람이 우리인 것 같고, 그런 역할을 지금 당장 감당해야 될 사람도 우리인 것 같아요.

지성민: 그런데 제대 하고 나서 현대음악을 할 수 있었다고 하셨잖아요. ‘할 수 있었던’ 거예요, 아니면 ‘좋아하게’ 된 거예요?

김민규: 그 전에는 잘 모르고 비판했던 것 같아요. 잘 알지 못하니까 그냥 싫은 거죠. 제가 알고 있었던 것과 다르니까 거부감이 심했던 거고, 그 다른 이면을 보지 못했던 거죠. 그런데 아무 생각 없이 들으니까 재미있는 것도 있고. 저는 리게티 곡 같은 것이 참 재미있었어요. 그래서 한번 해보자 했던 것 같아요.

지성민: 혹시 학교에서 현대음악을 계속 하려는 사람의 비율이 대충 어느 정도 되세요?

김민규: 한 학년 20명 중에서 1명 정도이면…

사회: 5% 정도. 그게 사회적으로 볼 때 딱 적당한 비율이죠. 다른 학교도 비슷한가요?

김병진: 네. 저희도 그 정도.

조은희: 학번마다 조금씩 편차가 있어요. 어떤 학번은 몇 명 되고, 어떤 학번은 전혀 없기도 하고.

심정선: 저희 학교는 워낙 각자 개성이 달라서 다 달라요. 오히려 전혀 안 그럴 것 같은 친구가 순수음악을 계속 할 거라고 해서 깜짝 놀랐던 적이 있어요. 그런데 이제 학생들은 순수음악, 대중음악, 현대음악 그런 걸 정하기보다는 대개 ‘내 음악을 할 거야’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김민규: 그런데 ‘현대음악’의 기준이 뭔가요?

사회: 네. 지금 각자가 ‘현대음악’을 조금씩 다른 의미로 사용하는 것 같아요. 여러분이 지금 ‘현대음악’이라고 지칭하는 것은 어떤 걸 말하는 건가요?

정세훈: 조성이 없는 음악, 무조음악 아닐까요?

김병진: 현대음악에서 조성이나 무조가 중요한 게 아니지만, 학교에서 요구하는 것은 주로 무조 음악이죠. 물론 교수님들에 따라 굉장히 다르기는 하지만.

사회: ‘contemporary music’이라는 뜻의 현대음악은 원래 어떤 양식적인 개념이 아니라 동시대의 음악이라는 말이지만, 지금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현대음악’이란 무조 음악, 아방가르드적인 음악이라는 뜻으로 사용하고 있는 거죠.

지성민: 좀 다른 얘기지만, 독일에서는 현대음악 연주를 할 때 일반인들도 많이 오나요?

사회: 네.

지성민: 저는 소수의 문제라는 것을 작곡가의 입장이 아니라 다른 측면에서 생각해보고 싶은데, 교육의 문제가 굉장히 큰 것 같아요. 다들 말씀하셨듯이 대부분의 학생들이 처음 대학에 와서 현대음악을 접했을 때는 굉장히 거부감을 느꼈지만, 점점 적응해가면서 즐기게도 되잖아요. 또 독일에서는 일반인들도 현대음악을 듣는다니 그런 건 교육의 문제 아닐까 싶어요. 한국에는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전문 음악 교육기관이 상대적으로 적지 않나 싶습니다. 제가 최근에 조사 자료를 접하게 되었는데, 신사역 출구에서 30~60대 일반인 50명을 대상으로 클래식 음악을 어떻게 접하는지 설문 조사를 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굉장히 많은 42%가 관심은 있으나 접할 수 있는 특별한 수단은 없다고 답했거든요. 이걸 보고 제가 굉장히 충격을 받았거든요. 물론 여기서 말하는 것은 현대음악이나 그런 건 아니지만, 모차르트나 베토벤 음악도 일반인들에게는 접할 수 있는 통로가 열려 있지 않다는 게 굉장히 충격적이었고, 또 그 사람들이 사실은 굉장히 원하고 있다는 것, 관심이 있다는 것이 또 다른 충격이었어요. 제가 하는 고민의 하나가 작곡을 하면서 어떻게 먹고 살 것인가 인데, 예컨대 대학에서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아카데미를 만들어서, 수준도 나누고 연령도 나눠서, 작곡을 공부한 사람들이 (물론 악기를 한 사람들도 가능하겠지만) 강의를 한다면 여러 가지로 해결책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러면 일반인들도 굉장히 유익하고, 작곡계에서는 일자리 창출도 되고, 그것을 주관한 학교 입장에서는 사회의 공공사업을 펴게 되는 거고요. 여러 가지 측면에서 괜찮은 아이디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김병진: 저도 굉장히 공감하는데요. 제 주변에서 음악을 전공하지 않는 친구에게 내가 이런 음악을 한다 하면 “이게 음악이야?” 하고 놀라는 친구들도 있고, 아니면 관심 있게 들어보려고 하는 친구들도 있는데, 문제는 그런 음악이 있다는 것조차 모르는 사람이 너무나 많다는 거예요.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음악을 전공하는 작곡과 학생들이 대학에 들어올 때에도 현대 음악의 존재 자체를 모른다는 거예요. 심지어 대학 작곡과에 들어오는 학생들 중에는 대중음악하고 싶어서 오는 학생들도 있어요. 단적인 예로 저희 학교 선배 중에 유재하라고 있는데, 그 선배의 뒤를 잇고 싶어서 한양대 들어왔다는 사람도 있어요. 물론 그건 그 사람 자유예요. 그런가 하면 저처럼 현대음악 하러 오는 사람도 있거든요. 저는 예고를 나왔는데, 고등학교 때 선생님의 도움으로 작곡 공부를 하면서 음렬음악에 대해 깊이 공부는 하지 않았지만 조금씩 접해보기도 했어요. 또 베토벤 음악 등 고전음악 같은 것만 알다가, 전혀 다른 종류의 음악도 있구나 생각하게 된 경우도 있고요. 현대음악을 알게 된 경로는 다양하지만, 어쨌든 대학 내 현실을 전혀 모르고 작곡과에 들어온 학생들이 너무 많다는 거예요. 그런 학생들이 대학에 들어와서 연주회 혹은 세미나나 워크숍에서 현대음악을 접하게 되면, ‘저게 무슨 음악이야’ 하는 아이들도 있고, ‘재미없어’ 라고 말하는 아이들도 있어요. 이렇게 된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 하나가 ‘입시 작곡’이라는 말이 아닌가 합니다. 저는 그 말을 듣고 굉장히 당황스러웠는데요. ‘입시작곡연구원’인가 하는 것까지 있는, 그런 현실이 저는 안타까워요. 물론 음악을 하고 싶어서 단기적으로 집중적으로 공부해서 작곡과에 들어오는 경우도 있겠지요. 하지만 작곡을 공부함에 있어서 다양한 것을 습득하는 것이 중요한데 너무 하나에 치중하면서 현재 창작음악계에서 나오는 음악들을 전혀 모른 채 오직 ‘입시작곡’에만 집중한다는 거죠. 이런 식으로 공부한 학생들이 작곡과에 들어와서 현대음악을 접하게 되면 자신이 작곡했던 음악과는 너무나 다른 새로운 음악일 수밖에 없어요. 일반인의 문제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문제인 것이 작곡과에 들어오는 학생조차도 현대음악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는 거예요. 그렇다면 학교에서 커리큘럼 등을 통해 빨리 학생들에게 이러한 것을 인지시켜주고 느낄 수 있게 해줘야 하는데, 학생들에게 거부감만 느끼게 하는 경우가 많다는 거죠.

입시 작곡, 작곡 기술 습득의 문제

사회: 어릴 때는 정말 신나게 작곡하던 아이들이 입시를 준비하면서부터 망쳐지기 시작한다는 말을 많이 듣게 되는데요. 입시 심사하는 선생님들께서도 어차피 입시용이라 거의 공장에서 찍어내는 것 같다는 불만을 나타내시기도 하는데, 뭐 음악만 그런 게 아니라 그림도 비슷하죠. 사실 작곡가가 될 학생을 선발한다고 했을 때, 무슨 하나의 객관적 기준이라는 게 있을 수가 없잖아요. 가르칠 사람이 보고 가능성이 있다 싶으면 뽑는 것이어야 하는데, 그런 식의 주관적인 기준이 한국의 대학 입시에서는 용납이 안 되는 거죠. 입시 문제는 워낙이 해결책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전 사회적으로 복잡하게 얽혀있는 문제라 다루기가 어려운데… 아마 선생님들께서도 그런 문제를 무척 많이 고민하시겠지만, 현재의 입시 제도에서는 적절한 방책을 내오기가 힘든 거죠. 여러분들도 다들 ‘입시 작곡’을 하고 대학에 들어간 건가요? 자신이 작곡을 공부하면서 기술을 쌓아가는 거랑 대학을 들어가기 위해 거기에 맞춰서 공부하는 거랑은 완전히 별개던가요?

김민규: 그건 완전 별개일 수밖에 없죠. 예컨대 공대를 들어가는 학생들이 그 전에 기본 지식이 있어서 가는 게 아니잖아요. 음악이 좋아서 음악공부를 하려면 음대를 가야 되고, 그러기 위해서는 화성학을 배워야 하고, 청음을 해야 되고, 피아노를 쳐야 된다는 거죠. 거기에 대해서는 반문이 있을 수 없죠. 왜냐하면 저처럼 인문계를 나온 학생들에게는 음악을 공부할 수 있는 기관은 음대니까, 들어오기 위해서는 그냥 해야 되는 거죠.

사회: 그럼, 이렇게 질문을 해봅시다. 여러분이 대학 입학 전에 배우는 것들이 실제 작곡을 하기 위한 기초로서 역할을 하나요, 아니면 그냥 그야말로 대학에 들어오기 위한 것인가요? 그리고 그런 기초 이론들을 대학에서는 안 해요?

김민규: 저희 같은 경우는 대학에서 음악 기초 이론을 안 하는 것 같아요. 후배들 중에는 셈여림을 못하는 친구가 있어요. 입시 때 배운 셈여림 밖에 못해요.

심정선: 그건 대학의 문제가 아니라 중등 교과과정 전반의 문제인 것 같아요. 교과과정 내용상에는 현대음악까지 다 나오는데 실제 이수단위는 줄어드는 거죠. 그래서 실제 수업의 질은 떨어지게 되고 결국 작곡과 학생이라 하더라도 학교에서 배우거나 입시 때 배우지 않으면 대학 와서는 배우지 못한다는 거죠.

김민규: 대학에서 그런 기본적인 이론들은 안 배우는 것 같아요. 아티큘레이션 같은 것이나…

김민주: 이미 배우고 들어왔다는 전제 하에 모든 수업이 시작되니까요.

사회: 아티큘레이션 처리 같은 문제는 상당히 많은 작곡과 학생들이 잘 안된다고 들었어요. 그건 단순히 셈여림을 모른다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이 어떤 음을 썼을 때 그것이 어떻게 소리 울릴지를 정확히 모른다는 거죠.

김민규: 네 맞아요. 아주 단순한 것도요. 입시 공부만 했기 때문에, 진짜 음악으로 어떤 것을 새로 썼을 때는 그것을 음악적으로 표현하기가 힘든 거예요. 입시 음악이 아닌 정말 대학 와서 새로운 곡을 쓸 때 그것을 음악적으로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를 모르는 거죠.

사회: 그럼, 그런 것은 어떻게 습득해요?

조은희: 그냥 자기가 음악 듣고 악보 보면서 찾아가는 거죠.

김민규: 그런데 그걸 숨기는 학생들이 많아요. 자신이 모른다는 사실을 숨겨서, 선생님께도 그런 것을 솔직하게 말하지 않으니까, 선생님들도 그냥 안다고 생각하시는 거고,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거죠.

사회: 실제로 연주가 많이 되거나 해서 드러나게 되는 것도 아니니까, 그런 채로 그냥 지나가는 거네요.

심정선: 그 부분에 대해서 저도 공감하는데요. 저희 선배 중의 한 분이 피아노곡을 쓰면서 뭔가 새로운 것을 해보겠다고 거기다 바르토크 피치카토를 쓰신 거예요.

김민주: 그건 본인이 극복해야 하는 문제죠. 악기론이나 관현악법 수업이 있을 텐데요.

사회: 자신이 쓰고 싶은 것은 많은데 그것을 표현할 기술이 부족하다는 얘기를 여러 사람이 다른 방식으로 많이 했는데요. 그게 아마 지금 대학 교육에서 가장 안 되는 문제인 것 같은데요. 커리큘럼의 문제일 수도 있고, 가르치는 선생님들의 문제일 수도 있고, 학생들의 문제일 수도 있는데요. 예컨대 여러분이 조성음악을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느냐 하면 별로 그렇지 않거든요. 요즘 한국 대중가요의 화성도 굉장히 복잡하고 세련되었는데, 그렇게 쓸 수 있냐 하면 그렇지 않거든요. 정말 아무리 단순한 음악이라도 그걸 듣고 그렇구나 하는 것과 내가 실제로 그 음악을 쓸 수 있는 것은 다른 문제잖아요. 계속 곡을 써가면서 소리를 만들어가고, 자신이 원하던 소리를 찾아가는 훈련이 턱없이 부족한 거예요. 그러다보니까 머리만 크고 실제가 안 따라 주는 거죠. 아무리 하고 싶은 것이 많아도 그걸 실제로 표현할 수 없다면 아무 것도 아닌 거잖아요. 저는 글 쓰는 것도 마찬가지라도 생각하는데요, 아무리 쓰고 싶은 내용이 많아도 머릿속에만 있으면 아무 소용이 없어요. 그게 문자화 되어 나와야만, 논리적으로 전개가 되어야만 되는데, 그런 것이 대학을 통해 제대로 훈련되지 못한다는 문제가 있어요. 그런 점이 아마 여러분이 대학 안에서 상대적으로 불만족스럽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누군가가 지적을 해 줄 수도 있고, 아님 자기 스스로 깨달아 나갈 수도 있고, 또 연주자들과의 긴밀한 작업에서 교정될 수도 있어야 되고. 뭐 이런 것이 다 되어야만 되는 거죠.

김병진: 입시 작곡에 관해서 덧붙이자면, 그게 학교에서 하는 작곡이랑 별개일 수밖에 없는 것이, 예컨대 어떤 학교 입시에 바이올린 곡과 피아노곡이 나왔다고 하면, 일주일에 막 다섯 곡씩 열심히 연습을 하겠죠. 하루에 한 개씩 막 곡을 써내는데, 막상 자신이 쓴 곡을 들어본 학생이 얼마나 되겠어요? 그리고 시험 때에도 자기가 쓴 곡을 다시 듣고 고치고 그러지 않죠. 보통 학내연주나 현대창작음악제 혹은 콩쿠르가 아닌 이상, 자신의 곡을 직접 들어보고 온 사람들이 얼마나 있겠어요? 그러니까 자기가 쓴 곡이 연주되었을 때 이상하게 괴리감이 생기고 그러는 거죠. 자기가 쓴 음에 대해서 상상이 안 되는 거예요.

사회: 그럼 입시 작곡하기 전에는 어땠어요? 어릴 때 쓴 것은 자기가 생각한 대로 나왔죠? 그렇게 복잡한 음악이 아니었을 테니까.

김민규: 저는 솔직히 대중음악을 안 하는 게 아니라 못해요. 그런 음악 잘 하는 사람 되게 부러워요. 저도 가요를 써 보려고 몇 번 시도해봤거든요. 취미로요. 끼가 조금이라도 보이면 먹고 사는데 약간 도움이 될까 해서요. 그런데 보통 일이 아니더라고요. 제가 쓴 곡을 치는데 너무 못 들어 주겠어요. 너무 내가 원하는 화성만 나오고, 진짜 부끄러울 정도였어요. 그건 또 다른 능력이라고 생각해요.

사회: 그건 정말 다른 감각이죠. 보통 그런 친구들은 연주를 하면서 창작을 하니까, 엄청 많이 듣고 연주하면서 곡을 만들어간다는 차이가 있겠죠.

정세훈: 소리를 들어볼 수 없기 때문에 작곡가들이 힘들다는 말들을 하셨는데요. 소리를 들어볼 수 없는 것은 학제나 구조적인 문제가 아니라, 원래 음악이 가진 특성 같아요. 피아노밖에 못 치는 사람이 3중주나 4중주 작곡을 하면서 항상 들어볼 수 있는 것은 아니잖아요. 상상해서 쓰는 거고 머릿속에 있는 무엇을 악보에다 적는 건데, 그것을 들어보면서 쓴다는 아이디어 자체가 작곡의 본질 상 그건 아닌 것 같아요. 물론 그 나름대로 장점도 있기는 하겠지만, 작곡가는 자신이 상상하는 어떤 소리를 쓰는 건데, 그게 작곡가의 능력이잖아요. 상상을 하는 능력을 길러야 하는 거죠.

심정선: 하지만 상상을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 할 수는 없는 거잖아요.

김민주: 상상을 실현시키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길 수도 있죠. 내가 상상했던 소리가 제대로 안 날 수도 있는 거고요.

정세훈: 제 얘기는, 그것을 공부하는 게 필요 없다는 게 아니라, 작곡을 하는 과정에서 모든 소리를 들어보고 쓸 수는 없다는 얘기예요.

김병진: 제가 했던 얘기는, 그런 음악적 본질에 관한 문제가 아니고요, 현실에 관한 거예요. 예를 들어 입시 작곡할 때 그걸 다 연주해보셨어요? 그런 문제를 지적한 거예요.

작곡가라는 직업

사회: 얘기의 방향을 조금 바꿔보죠. 작곡을 ‘직업’으로 삼는 선생님이나 선배들을 보면 여러분들은 어떤 생각이 드세요?

김민주: 존경스럽고,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회: 어떤 점에서요?

김민규: 잠깐만요. 질문이 있는데요. 그럼 교수라는 직업은 작곡으로 먹고사는 데 포함되는 건가요?

사회: 네. 포함시켜서 생각하셔도 돼요.

김민주: 자신의 의지를 끝까지 굽히지 않고 계속해서 작품 활동을 계속하는 것도 대단한 거고.

사회: 그렇게 살고 싶어요? 교수하면서 학생들 가르치고 작곡할 시간은 별로 없고 뭐 그렇게… 제가 보기에 우리나라에 작곡을 직업적으로 하시는 분은 별로 많지 않은 것 같아요. 이건 외국도 마찬가지지만, 외국은 상황이 좀 틀리죠. 작곡가는 작곡을 하는 사람이잖아요. 작곡하는 것이 자기 삶의 전부까지는 아니더라도 상당히 많은 부분을 차지해야 되는 건데, 그게 생계가 안 되다 보니, 우리나라에서는 먹고 살면서 작곡을 하는 유일한 방법이 마치 교수인 것처럼 되어버렸어요. 그래서 교수가 안 되면 작곡가로 활동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지는 그런 지경이 되었는데요. 사실 교수라는 직업은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하지만 워낙이 교육활동 외에도 하는 일이 많아서 교수를 하게 되면 상당히 많은 시간을 다른 일을 해야 되니까 현실적으로 작곡을 할 시간이 별로 없어지는 것 같아요. 아침에 일어나서 하루에 다섯 시간, 아니 세 시간이라도 매일 매일 작곡하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를 생각해보면, 그리 많지 않을 것 같거든요. 아, 그래도 교수하면서 조금 작곡하는 게 낫지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혹시 교수라는 직업 말고 작곡가로서 살아가는 다른 방식의 삶은 없을까 뭐 그런 생각은 혹시 안 해보셨나요? 돈은 먹고 살만큼 최소한으로 벌고 나머지는 작곡을 하겠다 라든가…

김민규: 작곡을 하다가 굶어 죽게 생겼으면 저는 일단 생계수단을 찾겠어요. 어디 가서 아르바이트라도 하고, 배달을 하더라도 일단 먹고는 살아야 되니까. 중점은 작곡으로 두지만 먹고는 살아야 되니까 작곡을 하기 위해 돈을 벌어야겠다는 결심은 하고 있어요. 하지만 현재로서 작곡가로 살아가는데 이상적인 것은 교수라고 생각해요. 사실 또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배우는 것도 크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이상적인 것은 교수인 것 같고, 만약에 혹시 후원제도라는 게 있어서 정말 누군가에게 후원을 받고 곡만 쓰는 사람이 되었다면 저는 그 사람한테 매일 몇 시간 작곡하느냐를 평가받고 싶지는 않아요. 작곡이라는 작업 자체가 하루에 꾸준히 몇 시간씩 해서 쌓아올리는 게 아니잖아요. 그러긴 싫고 오히려 불안할 것 같아요. 그건 지속적인 건 아니잖아요. 그 사람에게 속함으로써 내가 곡을 자유스럽게 쓰지 못하는 것도 싫고요.

사회: 그건 후원이 아니죠. 후원은 그야말로 창작자가 자유롭게 작업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것 아닐까요?

박정규: 그런 후원을 받는다는 게 개인으로는 힘든 거잖아요. 그렇다면 어떤 국가적인 기반이 있어야 되는 건데. 저는 핀란드 얘기를 듣고 정말 부러웠거든요. 협회에 이름만 올라있으면 그냥 국가에서 돈이 나온다고 하더라고요.

지성민: 이건 개인적인 문제보다는 경제적, 사회적인 문제로 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먹고 산다는 건 수요가 있다는 건데요. 전체 사회든, 작은 음악계의 사회든. 저도 개인적으로는 교수를 전업 작곡가의 대안으로 지금은 일단 생각하고 있지만, 그것만으로 해결하고 끝내버리면 다들 교수하려고 할 것이고, 특별한 대안도 없을 것 같은데. 아까 말씀드렸던 것처럼 지금부터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많이 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 중 하나일 것 같아요.

김민주: 독일의 경우만 봐도 전임 작곡가의 수가 많은 편이고, 나라에서나 시에서의 지원 제도가 많잖아요.

사회: 맞아요. 그런 지원 프로그램이 제도적으로 만들어지는 게 중요할 거예요. 시나 교향악단 등의 상주작곡가 제도는 서울 시향에 처음 생겼잖아요. 그런데 그런 상주작곡가 제도가, 예컨대 강남구 같은 곳에 만들어진다고 한다면, 작곡가가 거기에 계속 매이는 게 아니라 일 년에 얼마 정도의 기간만 가서 활동을 하는 거예요. 편곡을 할 수도 있고, 작곡을 해 줄 수도 있고. 이런 저런 여러 가지 지원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봐요. 이런 문제는 사실 여러분들이 고민할 사안이라기보다 기성세대에서 움직여야 하는 사안이죠. 어쨌거나 여러분들 나이에 가장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정말 뭔가 자기를 더 쌓아가야 하고 경제적으로 뿐 아니라 경험 면에서도 많은 기회가 제공되어야 한다는 거죠. 그런 것을 만들기 위한 국가적인 지원 시스템이 필요한데, 그에 대한 관심은커녕 연구조차 안 되어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젊은 작곡가들을 육성해야 한국 음악계의 미래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여러분들이 잘해줘야 되는 거죠. 우리나라에 연주자들은 굉장히 많고, 또 세계적인 수준의 연주자들도 적지 않은데, 그 사람들이 매번 남들과 같은 레퍼토리만 할 수는 없는 거거든요. 그 친구들이 세계 시장에서 뭔가 개성 있게 돋보일 수 있게 되는 것은 결국 창작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하는데, 이러한 창작에 대해 너무 관심을 안 두는 것 같아요. 그래서 창작 역량을 기르기 위한 제도적인 지원이 필요로 된다고 생각해요. 또 다른 한편으로 교육 문제도 있는데, 이 문제는 음악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전반적인 입시위주의 교육 시스템 자체가 문제인 거죠. 하다못해 아까 기본적인 음악 지식도 교육되지 않았다는 말을 했는데요. 그건 초중고의 공교육이 탄탄하게 가주면 상당히 많은 부분이 해결이 되요. 전문 작곡가 뿐 아니라 일반인 교육에서도. 그게 이제 겨우 자리를 잡으려는 상황이기 때문에 부실한 것이 드러나는 상황인 것 같아요. 사실 교수라는 자리는 굉장히 제한되어 있어요. 하는 사람은 너무 많고 층층이 쌓여 있고. 교수라는 것이 현실적으로 그것밖에 없기 때문에 그걸 대안으로 생각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지 않고 다른 방식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을 여러분이나 저나 생각해봐야 하는 건 아닐까 싶어요. 그래서 그걸 제도적으로 마련하고 정착시키기 위해 시도를 해야 할 것 같아요.

지성민: 공교육의 음악 문제 전반을 얘기한 건 아니었고, 좀 더 현실적으로 말씀드린 게 아까 말씀드렸던 40%의 수요라도 잡아오자는 것이었고요.

김민주: 그 수요라도 잡으려면, 나라의 문제도 있고 교육의 문제도 있겠지만, 우리나라는 기획사들의 횡포도 심한 것 같아요. 예전에 비하면 공연도 굉장히 많이 다양해 졌음에도 불구하고, 인기 있는 기획은 늘 프로그램이 제한되어 있다는 거죠. 연주되는 곡목이나 불러오는 사람이나. 그런 문제도 굉장히 크기 때문에, 수요에 맞게 공급할 기회는 많지만 질의 문제가 있다는 거죠. 다양하게 접할 수 없도록 기획사들이 막는 것도 굉장하고요.

지성민: 그 전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기획사들이 왜 그렇게 하냐하면, 뻔히 하는 곡들을 해야 돈이 되기 때문에 그러는 거잖아요. 중고등학교의 일률적인 음악 교육 문제는 저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잖아요. 입시 제도를 저희가 바꿀 수는 없으니까요. 음악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그것을 아예 학교에다 아카데미 같은 것을 만들면, 그곳을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되고, 그게 활성화되면 실제 청중의 수준이 올라가지 않을까 해요. 그렇게 되면 말씀하신 기획사의 문제도 완화될 것이고, 그러면 연주자들도, 매번 귀국 독주회 그런 것을 보면 대개 비슷한 레퍼토리를 하거든요. 그런데 가끔, 물론 현대음악을 하는 작곡가의 입장에서겠지만, 평소에 많이 안하는 잘 들어보지 못하는 것을 하면 다른 걸 취소하고라도 가게 되거든요. 그런 식으로 청중들의 수준을 높여 놓으면 연주자들도 그런 수요가 있다는 것을 알고 레퍼토리가 굉장히 넓어질 것이고, 그러면 오케스트라나 이런 곳에서도 현대음악 등을 쓰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나중에는 국가적인 차원에서도 수요가 있으니 제도적인 지원을 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 봅니다. 이 문제는 공교육과 국가적인 제도 사이에서 틈새를 잘 치고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먼저 찾아오는 사람들을 위한 교육을 하자는 거죠.

사회: 실제로 예술의 전당 음악 아카데미 같은 것은 아주 잘 굴러가요. 오시는 분들의 음악적 감식력도 상당하시고요. 말하자면 사회적으로 굉장히 안정된 계층이죠. 구청에서 어린이를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한다거나, 현재 있는 잠재적 수요의 청중들을 위한 활동을 벌이자는 건데요. 그것을 이전처럼 고리타분하고 따분하게 기획하는 것이 아니라 요즘 감각으로 하는 거죠. 이번 서울 스프링실내악축제 평이 굉장히 좋잖아요. 그게 뭐냐면 비슷한 레퍼토리를 하더라도 거기에 새로운 감각으로 이름을 잘 붙이거나 광고를 새롭게 시도하면 사람들이 온다는 거죠. 그런 것을 찾아나서는 것이 필요하겠죠. 그게 아카데미 뿐 아니라 그 밖에 여러 가지 것이 가능할 수 있다면, 작곡가들이 거기서 활동할 공간이 생길 수도 있고요.

소통의 문제

사회: 어떤 작곡가로 살고 싶은가를 물어봤더니 굉장히 다양하시던데요. 뭐 뮤지컬이나 연극음악 해보신 분들도 있고, 국악작곡을 하겠다는 분들도 계시고. 그러면서 소수의 작곡 전공자들만이 아니라 소통이 될 수 있는 곡을 쓰고 싶다고 하신 분들도 계시던데. 소통의 문제로 넘어가는 게 낫겠네요. 소통이라고 하는 것이 어떤 사람들이 이 음악을 들을 지를 생각해서 그 사람들에게 맞춰 쓰는 건가, 아니면 내가 쓰고 싶은 것을 쓰는 건데, 학교나 작곡계라는 곳을 벗어나서 현실에 부딪혀 본다는 건가…

조은희: 제가 생각하는, 하고 싶은 음악은 작곡가들만을 위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소통이라는 것이 일반인들을 상대로 하는 교육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고. 제가 꿈이 너무 클 수도 있겠지만. 현대 음악회에 사람들이 잘 안 오는 이유가, 들어도 모르고 이해가 안 되기 때문에 오지 않는 것일텐데. 그런 게 어떻게 보면 그 사람들이 많이 접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거잖아요. 외국 같은 경우에는 현대음악만 나오는 라디오도 있고, TV 등의 매체에서도 많이 접할 수 있기 때문에 연주회장에 많이 들으러 오는 것 같거든요. 제가 현대음악을 공부해서 발표했을 때에는 많은 사람들이 오지 못하지만, 사람들의 흥미를 유발하는 뮤지컬 등을 통해서 작품을 발표하면, 그 사람들의 귀에만 듣기 좋게 만들고 싶은 게 아니라, 그런 사람들이 아 저런 음악도 있었네, 저렇게 표현할 수도 있네 하는 식으로 들어서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것을 하고 싶어요.

사회: 연극음악이나 뮤지컬을 할 때 본인의 의지대로 작곡이 되요? 그런 편이었어요?

조은희: 학교에서 곡 쓸 때처럼 그런 수단이나 기법을 사용하지는 않아요. 사람들이 듣기 편한 것을 위주로 쓰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냥 듣기 좋게만 하는 것은 아니고요. 어느 정도는 조금씩 새로운 것을 해보려고 했는데, 아직은 학생이라 제약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나중에 내가 하고 싶은 음악을 할 때에는 정말 그런 것을 시도해 보고 싶어요.

사회: 연극음악이든 영화음악이든 완전히 대중적인 취향에 맞춰서 가는 게 아니라 작가의 개성이 충분히 개입할 여지가 있는 거죠. 또 그렇게 되어야 되고.

조은희: 우리들끼리 즐기고 말 것이 아니라 사회 전반에 많이 나가야 된다는 말씀에 동의해요.

사회: 전업 작곡가로 살겠다, 내가 쓰고 싶은 걸 쓰겠다, 그리고 소통의 문제를 작곡가가 왜 고민해야 하느냐 이런 문제들이 저는 얘기해 볼만하다고 생각해요.

김민규: 소통의 문제를 작곡가가 생각하는 순간, 그때부터 대중 작곡가라는 생각이 들어요. 굉장히 아이러니한데요. 만약에 이 현대음악이라는 것이 제도적으로 발달이 되어 가지고 굉장히 상업적이 되었다고 한다면, 그것은 더 이상 현대음악이 아닐 것 같아요. 왜냐하면 그 대중 안에서 인식되는 현대음악이 생기면서, 또 하나의 장르만 만들어질 뿐이죠. 그건 다른 음악은 아닐 것 같아요.

조은희: 제가 바라는 건 또 하나의 장르를 만드는 건 아니고요. 그래도 현대음악과 청중간의 괴리감은 없애고 싶은 거죠.

김민규: 그게 바로 소통의 문제와 맞물려 들어가는 건데요. 그 순간 돈 되는 현대음악을 하게 된다는 거예요. 그게 아이러니해요. 그러니까 저는 이거너 선택이라고 생각해요. 그냥 내 나름대로 음악을 하겠다, 따라 오려면 오고 오기 싫으면 오지 마라 이걸 선택하든지, 이런 걸 조금 양보하면서 타협을 하던지. 저는 어느 한 쪽이 더 낫다거나 나쁘다거나 그렇게 생각하진 않아요. 하지만 선택은 필요한 것 같아요.

사회: 저는 그게 이 양자 간의 선택은 아니라고 봐요. 후자는 있을 수 있는데, 나는 내 음악을 할 테니 따라 오려면 와라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거예요. 왜냐하면 누구나 자기 작품은 사람들에게 들려지길 바라기 때문이에요. 물론 그런 작곡 시기가 있었죠. 전음렬주의 시대에는 상당히 그런 경향이 많았죠. 그게 아방가르드 정신이라 할 수 있을 거예요. 내가 앞서 나갈 테니 따라와라 그런. 그러면서 점점 괴리가 벌어졌는데, 아방가르드를 거부하는 것이 곧 대중성을 따르는 건 아니라고 봐요. 오히려 저는 내가 쓰고 싶은 음악을 쓰는 것이 곧 소통의 기초라고 생각해요. 내가 진정으로 쓰고 싶은 것을 쓰면 좋아하는 청중도 반드시 있어요. 그게 무슨 100명이고 1000명은 아닐 수 있을지 몰라도. 그게 저는 작곡가의 ‘진정성’이라고 봐요. 저는 작곡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작곡가들을 지원하고 연구하는 입장에 있는 사람이라 그런지, 작곡가들의 창작 활동을 활성화하기 위해 제도적으로는 뭐가 필요하고 교육적으로는 어떻게 되어야 하고 어떤 형태로 연주가 되어야 청중들에게 흥미롭게 받아들여질 수 있고 이런 문제를 고민하게 되는데요. 작곡가 진은숙이 ‘아르스 노바’를 기획하면서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도 현대음악을 어떤 프로그램으로 구성하느냐에 따라 굉장히 달라진다는 건데요. 예컨대 여러분들도 다 아시다시피 1956년 파리에서 바레즈의 <사막>이 연주될 때 엄청난 스캔들이 일어났던 것이 그 바로 앞에 차이코프스키의 6번 교향곡이 연주되었거든요. 어떤 프로그램 속에서 현대음악을 넣느냐 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해요. 그것이 사람들에게 낯선 곡일수록 더더욱. 그런 게 음악가들의 감식력이고 기획자들의 예술적 안목이겠죠. 암튼, 저는 여러분들이 소통의 문제를 고민하는 것은 참 중요하고 좋다고 생각하지만, 그보다 더 앞서서 생각해야 할 것은 정말 내가 쓰고 싶은 음악이 뭔가를 찾는 것이 아닐까 해요. 그게 결코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지성민: 약간 짚고 넘어가고 싶은데요. 제가 왜 소통의 문제를 작곡가가 고민해야하는가 라는 질문을 던졌던 것은, 작곡가라면 당연히 고민을 해야지만, 그 고민의 관점이 아카데믹한 방향으로 갈 것인가 아니면 대중적인 스타일로 갈 것인가 라는 그런 곡의 양식적인 내용에 관한 고민이 아니었고, 그 외의 수요를 창출하는 식의 외재적인 고민을 하자는 거였어요. 두 가지 극단적인 예를 말씀하셨는데, 나는 갈 테니 따라오려면 와라 하는 것과 대중적인 것 사이에 하나를 넣는다면, 앞서 가기는 가는데 끌고 가는 거죠.

김병진: 저도 그렇게 생각하는데요. 저는 좀 더 폭넓게 다양해졌으면 좋겠어요.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고. 오히려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친다는 것 자체가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 이런 저런 사람이 있어야 한다고 봐요. 대중적으로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작곡가도 있어야 되고, 아카데믹한 측면에서 자신의 음악에 대해 실험적으로 아방가르드적인 사람도 있어야 건강하다고 봐요.

지성민: 각자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 당연히 그렇게 되죠.

김병진: 그런데, 이건 제도의 문제인데요. 각자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전업 작곡가가 나오지 못한다는 문제가 있어요. 예를 들어서 핀란드 같은 경우는 협회에 가입만 되어 있으면 창작 지원금이 나온다는데, 그러면 정말 좋겠죠. 생활에서 문제될 게 없으니까. 어쨌든 지원 자체를 적극적으로 했으면 좋겠어요. 대중적인 음악을 쓰고 싶은 사람도 있고, 예를 들어 로베르토 시에라처럼 좀 더 친숙하게 쓸 사람은 그렇게 쓰고, 아니면 정말 새로운 아방가르드적인 음악을 쓰는 사람도 있고… 다양한 창작이 나올 수 있는 지원 시스템은 필요한 것 같아요.

작곡가로 살아간다는 것

사회: 제가 너무 고리타분한 얘기를 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작곡가가 안락한 상황에 있으면 작곡이 잘 안 된다는 얘기를 하곤 하는데요. 뭐, 그렇다고 고생을 해야 된다는 그런 상투적인 말을 하는 건 아니고요. ‘작곡가로 살아간다는 것’ 자체는 그렇게 평탄한 길은 아닌 것 같거든요. 작곡가를 연구하는 저 같은 입장에서 보면, 삶의 고민은 누구에게나 있겠지만, 작곡가의 삶이란 게 뭔가 결단(?) 같은 걸 요구하는 것 같은데요. 혹시 그런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해본 적 있어요?

정세훈: 심각하게 인지는 모르겠지만, 뭔가 예술적인 욕망이라는 건 뭔가 결핍 혹은 억압이라는 게 전제되는 것 같아요. 내가 표현하지 못하는 게 뭔가 있는데, 그게 말로는 잘 안되고, 음으로는 될 것 같고, 그런 게 있는 것 같아요. 사는 게 마냥 행복하고 밝고 기쁘고 즐겁기만 하다면 저 같으면 곡 안 쓸 것 같아요. 그런데 그게 항상 안락과 연결되는 건 아닌 것 같은 게, 내가 돈이 쪼들려서 굶어죽게 생겼으면 곡 안 쓰고 다른 일이라고 해야 되잖아요. 예술이라는 게 어떻게 보면 먹고 사는 문제가 일단은 해결이 되어야 할 수 있는 거잖아요. 그리고 예술이라는 게 매이면 안 되고 자유로워야 되는데, 이걸 써서 돈을 벌어야겠다, 며칠까지 이만한 길이의 곡을 써야 된다고 하면 좋은 작품을 쓸 수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제약이 되잖아요. 그런 면에 있어서는 안락한 것이 항상 방해가 된다는 생각은 하지 않아요.

사회: 아무리 국가에서 지원을 한다고 해도, 안락한 삶으로까지 지원은 안돼요. 그냥 창작을 할 수 있는 아주 기본적인 여건만 마련되는 거죠.

김민규: 저는 군대 있을 때 브람스 전기를 읽으면서 그런 생각을 해봤어요. 스스로한테 물어봤는데, 만약 네가 살면서 되게 고생을 할 건데 좋은 작품을 남길 수는 있어, 하지만 네가 잘 먹고 잘 살 건데 좋은 작품을 남길 순 없을 거야, 둘 중에 어떤 것을 선택 할래 라는 질문을 저한테 해본 적이 있거든요. 그런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약간 좀 어리석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누구나 사람이라는 게 그렇게 극단적으로 인생이 펼쳐지지는 않는 것 같아요. 행복이란 걸 예상치 못하게 느끼고, 불행이라는 것 또한 예상치 못하게 느끼기 때문에, 누구나 각자의 삶 속에서는 다 그렇게 기쁨과 슬픔은 다 존재하는 것 같아요. 현대음악이라는 것 자체가 기쁨, 슬픔 이런 단순한 표현이 아니라 각자가 지닌 감성의 아주 예민한 부분을 표현하게 되잖아요. 그렇게 봤을 때 그렇게 단순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는 것 같고요. 하지만 그런 건 있는 것 같아요. 멘델스존 같은 부유한 작곡가들이 갖는 성향이, 물론 선입견일 수도 있겠지만, 있을 수는 있겠지만, 절대적 환경은 존재하지 않고, 그건 그냥 그 사람 인생인 거죠.

조은희: 배를 곪아가면서 곡을 써도 걸작을 남긴 작곡가도 있고, 음악사적으로 볼 때 시대가 부유했을 때 예술이 더욱 부흥하는 경우도 있었으니까,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사회: 작곡가가 작곡을 해서 살아야 하듯이, 음악학자는 공부하고 글 쓰고 살아야 하는 건데. 저 역시 살면서 순간순간 그런 생각을 많이 하거든요.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이 뭔가를 놓치지 않는 것. 그런데 작곡은 음악학보다 더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있는 거죠. 작곡가로 살아간다는 것이, 꼭 경제적인 어려움만을 얘기한 것은 아닌 것 같고, 창작이라는 게 고통일 것 아니에요. 물론 작곡가들 중에는 자기 작품 써놓고 굉장히 행복해하는 부류도 있지만, 많은 작곡가들이 자기 작품 써놓고 괴롭고 그러잖아요. 글 쓰는 순간 괴롭고 써 놓은 뒤에 보면 불만스럽고 뭐 그런… 결국 창작이란 고통의 순간의 연속인데. 그렇게 근본적인 문제를 한번 고민해 보면, 살면서 여러 가지 상황이 왔을 때 자기를 놓치지 않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다소 고리타분한 그런 질문을 드렸던 겁니다. 여러분들은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양자택일의 문제는 아니다 라는 아주 현명한 판단을 내리신 것 같습니다.

김병진: 재밌는 점은 주위에 다른 인문학이나 문학 하시는 분들도 똑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거예요. 공대 같은 경우는 좀 다른 것 같은데, 소설을 쓰는 어떤 교수님도 우리랑 정말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더라고요. 뭔가를 창출해내야 하는 창작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런 고민을 하는 것 같아요. 그것은 과거나 지금, 미래에도 계속 그럴 것 같고요.

김민규: 한 가지만 더 얘기하고 싶은 게 있는데요. 창작하는 사람에게 진짜 큰 비극은 창작을 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내가 제일 불행할 때가 곡을 안 쓰고 있을 때예요. 돈을 안 벌고 그럴 때는 별 신경도 안 쓰이는데, 곡을 안 쓰고 있을 때는 스스로 너무 추해버리고 그래요.

사회: 글 쓰는 사람도 마찬가지예요. 써야 할 글은 안 쓰고 다른 것만 하고 있을 때 정말 스트레스 받죠.

김민규: 그냥 운명인 것 같아요. 그렇게 살아야죠 뭐.

유학 문제

사회: 제가 오늘 사회를 잘 못 봐서 얘기가 아주 산만하게 진행되는 바람에 정리할 생각을 하니 막막합니다. (웃음) 마지막 정리를 하기 전에, 유학은 왜 가야 되나, 연주자와의 소통 문제, 쓰면서 자기가 원하는 것을 구체화시켜 가는 기술 습득의 문제 등을 좀 더 얘기해 봐도 괜찮을 것 같은데요. 유학을 가야 되나 말아야 되나 이런 차원의 얘기가 아니라, 유학이라는 것이 여러분들에게 어떤 의미인지 얘기를 해보죠.

심정선: 저는 1학년 때에는 정말 독일로 유학을 가고 싶었어요. 휴학을 하면서 돈을 열심히 벌어 다름슈타트 현대음악제에 한번 가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정작 휴학 하면서 알게 된 것은 국악 작곡이었는데요. 저는 유학은 그냥 선택의 문제라고 봐요. 정말 그 음악이 좋아서 유학을 가서 배우고 싶다면 좋은데, 국내에서 아직 배울 것이 많은데 그것도 제대로 모르고서 유학은 한번쯤 가봐야 하니까 라는 생각으로 목적 없이 유학을 가야 된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좀 문제가 아닐까 해요. 유학이 나쁘다는 게 아니라, 선택할 가능성이 많은데 그런 것들을 모른 채 유학만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면 문제라는 거죠.

김민주: 저는 2002년 다름슈타트에 갔었을 때, ‘왜 유럽으로 유학을 가는가’ 라는 생각을 해봤거든요. 그 나라 학생들의 분위기가 너무 부러운 거예요. 연주자들 간에도 소통도 굉장히 많이 이루어지고, 정말 음악 얘기만 하고 살아요. 저한테는 그게 굉장히 충격적이었어요. 나름대로 저는 한국에서 괜찮은 학교에 다니고 있고 나름대로 자신감도 있었는데, 가서 와르르 무너졌어요. 우리나라에서는 음악대학에 들어가려면 어느 정도의 실력과 기본 소양을 갖춰야 되는데, 대학 가서 그것을 더 발전시키는 커녕 더 하락시키고 졸업을 하는 경우가 더 많은데 비해, 독일에서는 대학 입학 때는 잘 못하던 아이들이 4년 후에 정말 잘하게 된다는 거죠. 그래서 저는 유학을 하면서 유럽 학생들과 음악에 대한 생각을 한번 나눠볼 만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재능과 기술이 있어도 대학만 들어오면 그게 없어지잖아요. 그런 게 너무 부러웠고, 그래서 유학을 가려고 한다고 생각했어요. 배우려는 학생들의 수에 비해 좋은 선생님이 적기 때문에 아이들이 가진 각자의 자질과 능력 개발이 잘 안 되고 다 사장되어 버리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라는 거죠.

김병진: 저는 유학이 배우고 습득한다는 의미도 있겠지만, 오히려 진출이라는 의미도 있을 것 같아요. 한국이라는 틀 안에 머무르지 않고 외국 아이들과 직접 교류를 하면서 부딪쳐 보는 거죠. 그러면 아무래도 생각 자체가 더 넓어질 것 아니겠어요? 예를 들어 미국의 뉴욕으로 유학을 가게 되면, 유럽, 미국 사람이 쓰는 현대음악, 쿠바, 멕시코 사람이 쓰는 현대음악, 아프리카 사람이 쓰는 현대음악 등 여러 음악들을 접할 수 있을 거 같아요. 또 유럽이나 중국, 일본 학생들과도 만나면서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될 것이고, 그러면서 도전이 되기도 하고요. 자연스럽게 흐름을 알게 되고, 또한 그 흐름에 따라 다방면의 측면으로 진출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심정선: 굳이 유학이 아니더라도 다른 경험을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외국으로 나가면 물론 배우는 게 있는데 그게 꼭 학교라는 제도 안에서 이루어져야 할까 그런 생각도 들어요. 유학을 통해서만 배울 수 있는 걸까 그런 게 궁금해졌어요. 저는 오히려 학교 안에서 배운 것보다는 1년 휴학하면서 배운 게 더 많았거든요. 차라리 학교 4년 다닐 동안 다른 곳에서 경험을 쌓는 게 낫지 않을까도 생각했었거든요. 물론 졸업은 해야 된다고 생각해서 다시 복학은 했지만.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사회: 유학을 갈 때 졸업장을 보고 가면 남는 게 없겠지만, 갈려는 목적이 뚜렷하면 배울 게 많죠. 다양한 경험을 접할 수도 있고 자기를 돌아볼 수 있는 기회도 되고요.

지성민: 약간 덧붙이자면, 우리가 공부하는 서양음악이라는 것은 아주 글로벌화 되어 있기 때문에 그다지 적절한 예는 아닐지 모르겠지만, 예를 들어 멕시코 사람이 아시아 음악을 공부하려는데, 아시아에 한 번도 안 와봤다 그러면 저희 입장에서 보면 말이 안 되잖아요. 가서 음악학교에 다니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거기에 살면서 그 정서를 익혀봐야 하는 것처럼, 그런 의미에서도 유학은 필요한 것 같아요. 물론 그게 본질은 아니겠지만요.

심정선: 저는 서양음악 작곡으로 대학을 들어왔지만, 입학 후에는 오히려 국악에 대해서 관심이 가요. 우리나라 음악이라서 좋은 게 아니라 정말 국악이 좋거든요. 서양음악은 서양문화를 경험해서 배워야 하는 것이고, 그러면 유학은 필수겠지만, 국악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어요. 처음에는 국악을 잘 몰랐는데, 알고 나니까 그게 더 좋아진 상황이에요. 그 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김병진: 지난해인가 탄둔이 서울대에서 마스터클래스 강연을 한 적이 있었는데요. 음대생이 아닌 어떤 공대 학생이 이런 질문을 했어요. 당신은 중국 작곡가니까 바이올린을 쓰지 말고, 중국 악기를 쓰면, 예컨대 비율도 서양을 70, 중국을 30으로 하지 말고, 오히려 반대로 서양을 30으로 하고 중국을 70으로 하면 너의 색깔을 더 잘 낼 수 있지 않느냐고 물었는데, 탄둔이 대답하기를, 지금의 오케스트라는 베토벤도 연주할 수 있지만 중국의 음악도 할 수 있는 상황이라는 거예요. 지금은 우리가 음반 가게에 가서 브라질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시대가 온 거예요. 브람스 시대에는 그게 가능하지 않았겠지만, 지금은 어렵지 않게 지구 반대편에 있는 나라의 전통 음악을 음반으로 들을 수 있는 시대잖아요. 현재 우리는 여러 종류의 음악을 다양하게 접하는 시대에 살고 있어요. 물론 국악 작곡 하는 사람도 필요하고, 그것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도 있어야겠지만, 우리가 작곡을 할 때 이건 국악 작곡이니까 국악처럼 해야 되고, 서양음악 작곡이니까 서양음악처럼 해야 되고 하는 것은 다양한 음악을 접할 수 있는 현 시대에 맞지 않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심정선: 그런 문제가 있더라고요. 국악을 전공하신 분이 작곡을 했을 때보다 서양음악을 전공하신 분이 작곡을 했을 때 곡이 훨씬 좋은.

사회: 그건 기술의 문제와 관련된 것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국악계에서는 작곡이라고 하는 기술이 가르쳐진 지가 불과 얼마 안돼요. 그러니까 곡을 구성하는 기술이 서양음악 작곡가들에게는 축적된 것이 있어서 좀 들을 만 한 거죠. 국악기의 표현 가능성이나 여러 가지 점에서 우리가 굉장히 고민할 것이 많거든요. 그런데 국악기를 위한 곡들을 보면 굉장히 쉽게 그냥 써요. 사실은 평생을 걸고 이 문제에 부딪쳐 보면 자신의 새로운 음악세계를 만들어 가는데 큰 화두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요. 별로 관심들이 없으신 것 같더라고요. 여러분 세대에는 그런 작곡가도 나오지 않을까 싶어요. 국악기의 현대적 가능성을 탐색하면서 한번 도전해 보는.

심정선: 그래서 저는 그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나 자신이 혹시라도 서양음악 작곡이 안 되기 때문에 그걸 선택하는 건 아닌가. 그렇다면 그런 서양음악 작곡을 더 깊게 공부해야 하는 게 아닌가…

사회: 작곡을 해나가는 과정에서 국악에 흥미가 있으면 그 쪽으로 굉장히 깊이 가야 돼요. 그리고 그건 상당히 많은 시간을 요구하고요. 매일 매일이 사실 고통인데, 그만 놓고 싶어도 놔 지지도 않고, 그런 과정을 꾸준히 지속적으로 하는 게 참 중요하는 것 같아요. 지속적으로 해 나가되, 머리로만 하는 게 아니라 직접 써야 하는 거죠.

김병진: 작곡이라는 게 탁상공론 한다고 되는 게 아닌 것 같아요. 음을 가지고 무한한 세계를 얘기하려는 것이고, 말로 표현 못할 그런 얘기들을 하는 건데. 하면 할수록 느끼는 것이 책상 앞에서 나 혼자 고민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너무 많이 들었어요. 단적인 예를 들어서 연주자를 붙잡고 “너 한번 이렇게 연주해봐”, “저렇게 연주해봐” 이러면서 습득이 되는 것도 있고, 또한 철학과나 미학과 등 다른 전공 친구들을 통해서 배워야 할 것도 많은 것 같고요. 음악적 세계관을 확인하는 것도 필요한 것 같아요.

사회: 꼭 저런 스타일만 있는 건 아니겠죠? 자기 혼자서 고민하는 경우도 있을 거예요. 중요한 건 놓치지 않고 꾸준히 하는 거예요.

정세훈: 유학 얘기를 할 때 학교에서 뭘 배우는 것은 아니라고 하셨잖아요. 물론 창작을 학교에서 가르칠 수 없다는 건 맞는데, 과연 학교에서 가르치는 것이 기술적인 것뿐이냐 그러면 저는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사회: 좋은 선생님으로 인해서 성장할 수도 있고 어떤 환경에서 깨닫는 것일 수도 있다는 거죠. 그냥 기술만 배우는 건 아니겠죠. 그 선생님이 사는 모습 자체가 모델이 되기도 하니까요.

조은희: 저도 유학을 계획하고 있는데, 제가 유학을 가고 싶은 것은 계속 공부를 하고 싶어서 가는 거죠. 그런데 선생님들과 얘기를 나눠보면 우리나라 교육 커리큘럼에서 느꼈던 부족함을 충족시켜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대학원은 거의 추천해주시지 않고 거의 유학을 가서 기법 습득도 있겠고, 문화적 환경을 경험할 수도 있겠고, 외국 친구들이 쓰는 것들을 보면서 배우는 것도 많다고 말씀을 하셔서, 내가 원하는 것을 쓰려면 갖고 있는 자원도 많아도 되고, 그렇게 계속 공부를 하기 위해 유학을 가려는 것 같아요.

사회: 여러분 얘기를 듣다보니까 문득, 서양 문명이 들어온 이후로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유학을 다녀왔고 그곳에서 많은 것을 배워 왔는데, 왜 그 성과물이 국내 음악계의 발전으로 축적되지 않고 계속해서 학생들에게 유학을 권하는 상황이 되어야 하는 걸까 하는 안타까움도 드네요. 지금까지 수도 없이 퍼부은 외국 유학에 대한 사회적 비용의 대가가 국내에 축적되어 있다면, 백 명 나갈 걸 열 명만 나갈 수도 있을 것이고, 아니면 유학이 아니라 ‘진출’만 할 수도 있을 텐데요.

박정규: 결국 사회 분위기 아닐까요. 학교에서 ‘농 프로젝트’할 때 동경예대 학생들과 얘기를 하게 되었는데요. 그 두 학생은 전혀 유학을 고려하고 있지 않더라고요. 거기 분위기 자체가 일본 내에서 다 해결되는데 뭐 하러 굳이 나가느냐 그러더라고요.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앞으로 우리나라도 그렇게 될 것 같거든요. 유학이라는 게 기술적인 습득 보다는 문화적인 체험이 크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하는 게 어차피 우리 게 아니고 서양 것이다 보니, 학교에 들어가서 공부하기 보다는 아예 그쪽에서 살던지 하면서 음악회를 많이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봐요. 사실 지금 사회가 정보가 부족한 것은 아니고, 여기서도 세계 어디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다 알 수 상황인데, 얼마든지 자기가 원한다면 그런 것들을 소화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지금 분위기 자체가 계속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유학이 현실적으로 필요로 되는 거죠.

김병진: 사회 분위기라는 것에 정말 공감이 가는데요. 솔직히 저 자신도 공연 팸플릿을 볼 때 이 사람 왜 유학을 안 갔다 왔지, 정말 신기하다 그렇게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그런 사회 분위기는 정말 바뀌어야 될 것 같아요.

김민주: 예전에 비해서는 많이 바뀌고 있는 것 같아요. 특히 최근에는 젊은 선생님들께서 많은 시도들을 하고 계시고, 학생들을 잘 가르치시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기울이시기 때문에 좋아질 거라고 봐요. 물론 지금 당장에 해결될 문제는 아니지만요. 유학을 가고 싶은 가장 큰 이유는 교류인 것 같아요. 타전공과의 교류가 외국에서는 굉장히 활발하고, 음대 안에서도 연주자들과의 교류가 욕심이 나고, 그런 장이 마련되어 있기 때문에 가고 싶은 거죠. 또 생각을 넓히기 위한 계기로 유학을 생각하는 것 같아요.

정세훈: 제가 유학에서 기대하는 게 있다면 좋은 선생님을 만나는 것 같아요. 음악이 철학의 문제와 관련이 있잖아요. 기술적인 완성도가 아니라 무슨 곡을 쓰고 싶어 하는지를 계속 질문하게 한대요. 옛날에 슈베르트나 하는 작곡가들이 기술적으로 그렇게 훌륭한 작곡가가 아니었다는 거예요. 오히려 그 사람들이 하고 싶어 했던 말들이 설득력을 가지는 것이라는 거죠. 모든 종류의 예술이 그렇지만 하나의 자아나 외부 세계를 표현하고 해석하는 작업에서, 그런 것을 어떤 특정한 사람에게 배울 수 있는 이유가 되잖아요. 그런 것을 기대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학교의 문제도 아니고 커리큘럼의 문제도 아니고. 이런 정보들이 별로 없어요. 미국이냐 독일이냐 이런 것도 문제지만, 어떤 사람이 어떤 곡을 썼으며, 어떤 생각을 갖고 작곡하는지 그런 걸 알고 싶어요.

사회: 그런 것을 알려면 직접 부딪혀보는 수밖에 없겠네요.

심정선: 미국 같은 경우는 사전에 교수와 연락이 되어 있지 않으면 입학이 안 된대요. 미리부터 자기가 배우고 싶은 교수에게 메일도 보내고 내 곡도 보내고 그렇게 사전 교류를 한 후에야 입시가 가능하대요.

사회: 그런데 그런 제도가 갖는 장단점이 있을 거예요. 사전에 정보를 갖고 찾는다고 해도 막상 가서 선생을 바꾸는 경우도 많거든요. 저는 선생을 만나는 것도 인연인 것 같아요. 외국 유학 간다고 해서 좋은 선생을 만난다는 보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설사 좋은 선생을 자기가 안다고 해도 그 사람이 자기를 받아준다는 보장도 없고, 또 그 선생이 받아준다 해도 내가 그 선생하고 잘 맞는다는 보장도 없어요. 모든 사람에게 다 좋은 선생님은 없는 것 같거든요.

연주자와의 소통 문제

김민규: 저는 연주자와의 의사소통 문제를 꼭 얘기하고 싶어요. 현대음악을 대하는 연주자들의 태도가 지극히 잘못 되어 있다는 거죠. 학생 때부터 돈 받는 버릇이 생겨가지고. 그 문제가 저는 악기하시는 교수님들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해요. 자기가 가르치는 학생이 작곡과 학생이 준 곡의 연습으로 바쁘다 그러면 “아 왜 그 쓸데없는 걸 가지고 그러냐” 그러신다고요. “가서 오브리나 해서 용돈이나 벌지” 그런 태도예요. 악기 하시는 선생님들도 현대음악 연주 안 해보신 분들이 많으셔서 굉장히 부정적이고 잘 알지도 못하세요. 그래서 가르치는 학생에게도 그런 영향을 주시는 것 같아요.

김병진: 저는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시행되는 현대음악 학점제에 대해서 굉장히 궁금해요.

박정규: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제도적 장치와 의식 수준의 변화가 중요한 것 같아요. 저희 학교는 현대창작곡 학점이 있어서 작곡과 학생이나 교수님 작품을 연주하면 1학점을 받아요. 어떤 경우 학점 신청한 사람은 많고 작품 수가 적으면 곡 달라고 난리예요.

김병진: 필수과목이에요?

박정규: 아니요. 선택인데 대부분 많이 해요.

지성민: 저희도 작년에 그 제도를 만들었거든요. 그런데 신청을 아무도 안 해요.

박정규: 그동안 돈을 받고 했으니까 그렇게는 안하려고 하는 거겠죠.

김병진: 저희도 현대음악실습이라는 걸 만들려고 했었는데요. 관현악과 교수님들이 너무 반대하셔서, 결국에는 선생님 한 분이 학생들에게 현대음악을 이해하기 쉽게 가르치자는 것으로 타협을 보셨대요. 연주실습으로는 안 된 거죠. 지금 예종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과 같은 제도가 정착되었으면 해요.

김민규: 그리고 인식 변화도 정말 중요한데, 어떤 방안이 있는지 연구해봐야 될 것 같아요. 저는 위클리 때 만나는 연주자들마다 다 설득하는데, ‘남들 하는 거 제발 하지 마라’ (웃음) 그러면 조금 생각해보다가 다시 물들고 살아요.

김병진: 언젠가 제 곡을 연주했던 후배가 저에게, 바르토크 현악사중주곡 연주하는 것보다 모차르트 현악사중주곡 연주하는 게 더 어렵다고 얘기하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거든요. 연주자들이 바르토크에 대해서 좀 더 깊게 생각 안하고 모차르트를 더 연구하고 더 깔끔하게 연주하려고 하기 때문에 더 쉬워 보이는 거지, 그렇다고 생각안하거든요. 연주하는 학생들의 개념 자체가 작곡가들은 왜 쉬운 곡을 안 쓰고 어려운 곡을 쓰냐고 그러는데, 저는 학교 교육과정에서 연주하는 학생들에게 현대음악, 새로운 음악에 대해 보다 체계적으로 자세하게 가르쳐야 한다고 봐요. 연주자들에게 좀 더 새로운 것을 탐구하고 연주하는 모습은 필요하니까요.

사회: 네. 연주자들의 의식을 변화시키기 위해 여러분이나 저나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연주자들의 문제도 있지만, 작곡가들도 연주자들을 단순히 내 곡을 연주해주는 사람이라고만 생각하지 말고, 음악적인 동반자로 여겨야 할 것 같아요. 작곡가는 연주자를 통해서 자신의 음악이 실현되는 거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연주자들에 대한 애정과 존중이 정말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여러분 곡을 연주한 친구가 그 곡이 마음에 와 닿았다면 그 연주자와는 평생 친구도 될 수 있는 거 아니겠어요.

김병진: 그런데 안타까운 점은 학습이나 존중 등 이전에 ‘페이’라는 것이 문제인거 같아요. 학교 안에서 이미 돈 받고 연주하는 것은 통념이 되어 버렸어요. 교내 연주 5만원, 외부 연주 7만원, 이렇게 정해져 있어요. 심지어 연습 횟수는 세 번까지 한다 뭐 이런 식으로까지 정해져있으니… 말이 안 되는 거죠. 연주하는 학생들에게 창작곡 연주를 하기 위해서 얼마나 연습 하면 되냐고 물어봤더니 두 세 번이면 된다고 하더라고요. 횟수가 중요한 게 아니라 연주가 가능한 수준이 될 때까지 해야 되는 거죠.

사회: 그런 상황에서는 음악이라는 게 아무 의미가 없죠.

조은희: 저희도 관현악과 교수님과 작곡과 교수님이 의논을 해서 3만원으로 (일동 자지러짐) 정했어요. 그런데 학생들이 그걸 잘 안 지켜요. 어떤 때들은 10만원도 주고 그래요. 그러면 그런 얘들 연주 먼저 해주려고 그러고… (웃음)

김민주: 돈을 줘도 하는 사람만 해요.

김병진: 연주하는 학생들의 말로는 ‘돈 때문에 연주하는 게 아니다’라고 하는데 (웃음)

심정선: 얘기를 듣고 보니 저희 학교는 사정이 좀 좋은 편이네요. 저희는 음악과로 모여 있기 때문에 작곡 커리큘럼은 좀 부실해도, 연주자들하고 친하니까 학내 연주 같은 경우는 식사나 선물을 하는 선에서 연주를 해 줘요. 졸업 연주 때 큰 편성을 쓰면 10만원 이내.

사회: 이 얘기는 그만합시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문제가 더 이상 거론이 안 되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원하는 사람은 즐겁게 연주할 수 있는 상황이 하루빨리 와야 할 텐데요.

김병진: 한 가지만 더 얘기할게요. 콩쿠르 연주도 문제예요. 연주자가 누구든 간에 콩쿠르 금액도 따로 있어요. 솔직히 외국 콩쿠르 같은 경우는 주최 측이 다 알아서 해주는데, 우리나라는 본인이 알아서 해요.

김민주: 결국은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고, 제도적 장치도 마련되어야 할 것 같아요.

정세훈: 그런데요. 연주자가 연주를 하고 돈을 받는 게 이상한 건가요?

김민주: 너무 돈만을 보고 하니까 문제라는 거죠.

김민규: 연주자가 경제적인 인간이 되는 건 중요하죠. 하지만 너무 경제적으로만 치우치는 게 문제 아닐까요? 어떤 학생이 콩쿠르 연주에서 30만원을 받았다면 다음 연주에서는 그 이상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겠어요? 그렇게 되면 경제가 앞서는 거죠.

사회: 어찌 되었건 대학에서 연주하는데 금전 관계가 오가는 건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건 교육이거든요. 연주자들이 연주를 해주는 게 아니라 그것을 통해 공부를 하는 거잖아요. 연주 공부고, 무대에 서는 공부인 거죠.

김민주: 대학에선 금전이 먼저고, 인간관계가 뒷전인 거죠.

사회: 선생님들께서도 이것을 교육적으로 생각해주시면 당연한 것을… 어쨌거나 학교 안에서 연주하는 것에 금전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라고 봐요. 대학을 졸업한 후 연주자로 활동할 때에는, 여러분이 작품을 쓰고 그에 합당한 비용을 받아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연주자들도 당연히 자신의 연주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지불받아야 하지만, 여러분들이 다 배우는 학생들이기 때문에 학교 안에서 이루어지는 활동에 대해서는 금전적인 문제로 접근해서는 안 되는 거죠.

김병진: 다른 학교도 다 그런가요?

지성민: 예. 정해진 것은 없다 해도 암묵적으로 다 그렇게들 하죠.

조은희: 저희의 바람은 연주자들이 커리큘럼에 있는 수업을 통해 현대음악을 접할 수 기회가 있어서, 모든 사람은 아닐지라도 그중 관심 있는 몇 사람만이라도 나중에 현대음악을 자신의 레퍼토리로 만들 수 있었으면 하는 거예요.

사회: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대학 안에서부터 그런 변화가 이루어져야 할 것 같네요. 오늘 장시간 토론에 참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기회에 다른 자리에서 뵐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오늘의 작곡가 오늘의 작품 5』 (2006), 5~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