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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론 낸캐로우, 무한한 리듬의 세계를 탐험한 아웃사이더」
“자동피아노의 시인”이라 불리는 콘론 낸캐로우. 존 케이지와 동년배이나 1980년대가 되어서야 비로소 주목을 받게 된 작곡가. 스스로 선택한 고립과 은둔의 삶 속에서 수십 년간 오직 하나의 매체, 하나의 문제에 깊이 천착한 예술가. 그를 적극적으로 세상에 알린 동료들이 없었다면 그의 음악은 소문으로나 듣는 한갓 작은 에피소드에 불과했을지 모른다. 미국 실험음악의 대부였던 케이지는 낸캐로우의 자동피아노 음악을 처음 세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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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속 비전을 실현하는 소리의 마술사, 진은숙의 음악세계」
진은숙의 음악은 청중을 매료시키는 묘한 파워를 지니고 있다. 명징하면서도 다채롭고 섬세하면서도 강렬한 음향 이미지들, 명료한 구성과 그 속에서 끊임없이 변화해가는 복합적인 소리의 층들. 청중들은 그녀의 음악에서 정교하게 세공된 음향적 색채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게 된다. 진은숙은 작품을 많이 쓰지 않는다. 작품만으로 먹고사는 전업 작곡가로서는 결코 쉽지 않은 선택이지만, 작품의 질적인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이 원칙을 고수한다. 그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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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루 타케미츠, 소리의 정원을 가꾼 작곡가」
1998년부터 발매되기 시작한 도이치 그라모폰의 “우리시대의 음악 20/21” 시리즈에는 일본 작곡가 타케미츠의 음반이 무려 다섯 장이나 포함되어 있다. 80-90년대 작품을 담은 《꿈의 인용》과 《나는 물이 꿈꾸는 것을 듣는다》, 일본 전통악기를 위한 작품들 《가을 정원에서》, 60-70년대 작품 모음 《정원 비》와 《오각형 정원에 내려온 새》에 이르기까지, 이 시리즈의 까다로운 선정 기준에 비추어볼 때 의외라 싶을 정도로 많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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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르지 리게티, 21세기 현대음악의 멘토」
간명함의 매력과 유머의 힘 리게티 음악의 매력을 한 마디로 말한다면? 군더더기가 없다는 것. 그게 무슨 매력이냐 반문한다면? 간명함의 ‘내공’이 주는 파워라 하자. 여든을 바라보며 쓴 성악 앙상블곡 <피리, 북, 깽깽이로>(2000)만이 아니라, 예순 즈음에 작곡된 <호른 트리오>(1982), 심지어 20대에 쓴 피아노곡 <무지카 리체르카타>(1951-53)나 30대에 나온 <현악사중주곡 2번> (1968)에서도 그의 음악이 지닌 압축적이고 명료한 표현은 난해하고 추상적인 ‘현대음악’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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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음악’을 ‘음악’으로 만든 작곡가 리게티」
파란만장했던 20세기가 역사의 뒤안길로 접어들면서, 치열하게 그 시대를 살았던 많은 작곡가들도 이제 하나둘씩 우리 곁을 떠나간다. 죄르지 리게티. ‘현대음악’이라는 다소 낯설고 부담스러운 존재를 흥미롭고 들을 만한 영역으로 여기게 만든 인물. 수많은 연주자들에게 새로운 음악에 도전하는 즐거움을 선사한 작곡가. 대가연하는 아우라가 전혀 없이 반권위적인 태도를 지녔지만 작품에 관한 한 가차 없이 비판하는 철저한 장인정신의 소유자. 자신이…